LG그룹의 IT 서비스 계열사 LG CNS가 올해 급여를 평균 10% 인상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회사 창립 이래 역대 최대 인상 폭으로 이달 월급부터 적용된다. 앞서 지난 7일 그룹 내 전자부품 계열사 LG이노텍도 사상 최대인 10% 임금 인상을 발표했다. LG그룹 IT·전자 계열의 ‘맏형’ LG전자의 올해 임금 인상률(8.2%)을 ‘아우’ 격인 두 회사가 모두 뛰어넘은 것이다.
인상 폭뿐만 아니다. LG CNS는 작년 직원 평균 연봉이 최초로 1억원을 기록하며, LG전자(9700만원)를 제쳤다. 올해 신입사원 초봉 역시 5000만원으로 인상하면서 LG전자 초봉(4900만원)을 처음으로 앞서게 됐다. LG CNS는 LG전자가 핵심 고객이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임금을 인상하거나 실적을 발표할 때 소위 그룹 내 ‘형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엔 이런 분위기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그 배경엔 치열한 인재 영입 경쟁이 깔려 있다. 그룹 내부 눈치 볼 것 없이 임금·복지 경쟁을 벌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LG CNS는 개발자가 5300여 명으로 전 직원의 80%가 넘는다. LG CNS 관계자는 “개발자 뽑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면서 급여 인상은 기본이고 임원만 쓸 수 있던 골프장 회원권을 직원들도 쓸 수 있도록 하는 등 온갖 인센티브를 동원 중”이라고 했다.
내부 거래 비중이 낮아진 것도 한 이유다. LG이노텍은 작년 매출 10조원대, 영업이익 1조원대를 기록하는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고성능 카메라 모듈과 반도체 기판 같은 핵심 사업의 호황 덕분이다. 부품 계열사가 대규모 이익을 내면 완제품을 만드는 모기업 눈치를 살펴야 하지만 LG이노텍의 작년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은 6.8%에 불과했다. 2019년만 해도 두 자릿수(11.6%)였지만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으며 비중이 더 낮아진 것이다. LG이노텍의 가장 큰 납품처는 애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부품 계열사 임금 인상률이 LG전자 등 완성품 제조사를 앞서는 것은 과거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며 “한국 대기업들의 사업구조가 계열사별로 독립화·글로벌화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