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난 것으로 보였던 아워홈 남매의 난이 또 다시 시작했다. 구자학(92) 아워홈 회장의 장남인 구본성(65) 전 부회장에 맞서 막내 구지은 대표(55) 편을 들었던 장녀 구미현(62)씨가, 이번엔 구본성 전 부회장과 같은 편에 섰다. 아워홈에서는 2016년부터 구본성 전 부회장과 막내 구지은 부회장의 싸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워홈 59% 매물로 나온 셈… 주인 바뀔 수도
구본성 전 부회장의 아워홈 지분 매각 자문사인 라데팡스파트너스는 지난 13일 아워홈 지분 20.06%(자녀 지분 0.78% 포함)를 보유한 장녀 구미현 주주가 지분 매각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 전 부회장은 아워홈의 지분 38.5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구미현씨가 19.28%, 차녀인 구명진(58)씨가 19.6%, 삼녀인 구지은 부회장이 20.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단독으로 지분 매각에 나설 때만 해도 주위에선 지분 매각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 지분만으로는 경영권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과연 매수자가 있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장녀 구미현씨가 동반 매각에 나서면서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구본성 구미현의 해당 지분을 모두 합하면 58.62%다. 이 지분을 모두 인수할 경우 바로 아워홈의 최대주주가 된다. 아워홈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740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매출 1조6253억원 대비 7.1%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257억원이었다.
라데팡스파트너스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유한 아워홈 지분 매각을 추진해 왔다”면서 “이 과정에서 매각 진행을 원활히 하고 합리적인 주식 가치 평가를 받기 위해 구미현 주주에게 지분 동반 매각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구미현씨의 동반 매각을 직접 설득했다는 얘기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앞서 지난 2월 “최근의 피고소 사건 및 가족간의 분쟁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현재의 분쟁을 종료하기 위해 보유 지분 38.86% 모두를 매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의 전망은 갈린다. 라데팡스파트너스 측은 아워홈의 해당 지분을 팔면 1조원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아워홈이 비상장 업체인데다 해당 금액에 선뜻 매각에 나설 곳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일각에선 최근 잇단 물가 상승으로 급식업체의 주가가 올라가고 있는 만큼 대형 식품업체가 뒤늦게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정위에 따르면 아워홈의 단체 급식 시장 점유율(2019년 기준)은 17.9%로 삼성웰스토리(28.5%)에 이은 업계 2위다.
◇ 1차전은 장남이, 2차전은 막내가 이겨
아워홈은 2000년 LG그룹에서 구자학 창립자가 분리해 나온 식자재, 급식 회사다. 오너 가문 인사 중 원래 먼저 경영을 맡았던 것은 막내 구지은 대표였다. 남매 중 유일하게 2004년부터 계속 경영 일을 해왔고, 2015~2016년 부터는 실질적으로 아워홈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6년 전문경영인 등과 의견 충돌이 일어나면서, 1차전이 발발했다. 장남이 2016년 LG그룹의 ‘장자승계’ 원칙을 내세워 경영에 참여한 것이다. 구지은 대표는 자회사인 캘리스코 대표로 이동했다. 2017년 구지은 대표는 구본성 전 부회장의 전문경영인 선임안에 반대하며 임시주총을 소집했으나 당시에는 장녀 구미현씨가 구본성 전 부회장 편에 서면서 싸움에서 졌다.
2019년에는 구지은 대표가 구본성 전 부회장 아들의 아워홈 사내이사 선임안, 이사 보수 한도 증액안을 반대하며, 또 한 차례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다. 이후 아워홈이 구지은 대표가 운영하는 캘리스코의 납품을 중단하면서,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2차전은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복 운전 논란을 일으킨 이후 발발했다. 2021년 주주총회에서 구미현 구명진 구지은 세명은 구본성 전 부회장의 해임안을 통과시키고, 구지은 대표를 아워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그리고 아워홈은 구본성 전 부회장이 횡령·배임을 저질렀다며 고소를 한 상황이다. 구본성 전 부회장측은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지난 2월 보유 지분을 매각하고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 3차전은 배당 문제?
끝날 것 같던 싸움은 구미현씨가 다시 구본성 전 부회장과 같이 매각을 하기로 하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업계에서는 구미현씨가 최근 아워홈이 주주들에 배당을 하지 않자, 다시 구본성 전 부회장측에 선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아워홈은 지난 2020년 구본성 전 부회장 체제 시절엔 적자를 내면서도 최대주주에게 영업이익보다 더 배당을 많이 해서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2020년 당시 구본성 전 부회장은 299억원을, 장녀 구미현씨는 주주배당으로 149억원을 수령했다. 그러나 구지은 부회장은 올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인건비 부담과 물가 상승으로 회사가 적자로 돌아설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라데팡스파트너스 측은 이번 지분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7월말쯤에는 최종 낙찰자 선정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라데팡스 파트너스 관계자는 “조만간 매각 후보자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LG+삼성 가문
구자학 창립자는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아들 중 한명이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차녀인 이숙희(87)씨와 결혼했다. 구자학 창립자는 이 때문에 한 때 삼성그룹에서 일하기도 했다. 삼성과 LG가 사이가 좋았을 때였다. 그러나 이후 삼성 LG의 사이가 사업상의 경쟁 때문에 나빠지면서, 삼성을 나와 LG그룹에서 일했다. 이숙희 여사는 2010년대 초에 이맹희씨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이에 벌어진 형제의 난에서 이맹희 회장 편을 들기도 했다. 그만큼 삼성그룹과 관계가 소원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