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대전 유성구의 반도체 검사 장비 생산 기업 ‘인텍플러스’의 한 직원이 반도체 칩을 검사 장비에 올려놓자 모니터에 다양한 영상이 떠올랐다. 장비에 내장된 카메라가 칩을 수백 번 촬영해 반도체 칩의 미세한 돌기 1만여 개를 확대한 영상이었다. 이 돌기들의 평균 높이를 계산한 후 기준치에 도달하지 않거나 미세하게 휘어 있는 돌기 등을 파악하고 그 수에 따라 불량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대전 인텍플러스에서 만난 이상윤 대표는 카이스트 기계공학 박사 출신으로 중소기업에 입사해 CEO까지 됐다. 그는 "교수가 되는 것도 고민했지만 엔지니어로서의 삶이 더 끌렸다"고 했다. /신현종 기자

이상윤(55) 대표는 “제품 영상을 2D(차원)뿐만 아니라 3D까지 형상화하고, 이를 통해 불량률을 자동으로 산출해낸다는 게 인텍플러스 검사 장비의 장점”이라며 “검사 속도가 다른 업체 제품보다 20%에서 최대 2배까지 빠르다”고 했다. 인텍플러스의 검사 장비는 2~3㎛(마이크로미터·1마이크로미터는 0.001㎜) 정도의 극히 미세한 불량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인텍플러스는 이 대표의 첫 직장이다. 그는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땄지만, 연구자의 길 대신 기술자의 삶을 선택했다. 이 대표는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님이 인텍플러스의 창업 멤버였다”며 “그 인연으로 인텍플러스에 입사해 각종 제품 개발에 참여했다가 2015년에 대표가 되어 지금까지 경영을 도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가 되는 걸 고민했지만 엔지니어로서의 삶이 더 끌렸다”고 말했다.

인텍플러스는 2002년 반도체 검사 장비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영상 촬영을 통해 제품 크기를 측정하는 장비를 만들었지만, 수요가 많지 않아 학교·연구소 등에 1~2대 납품하는 게 고작이었다. 이 때문에 영상 촬영 기술을 활용해 제품의 불량 여부를 파악하는 검사 장비로 방향을 틀었고, 그중에서도 당시 한국의 주력 먹거리로 성장하고 있던 반도체 검사 장비 개발을 시작했다.

인텍플러스는 2003년 반도체 검사 장비 첫 상용화에 성공했고, 2004년에는 처음으로 대기업 물량도 따냈다. 초기에는 ‘장비 성능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고전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검사 정확도와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처음에는 기계가 갑자기 멈춰 버리는 등 오작동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안정성과 사용자 편의성을 개선할 방법을 궁리하느라 사흘 밤낮을 몰두한 적도 있다”고 했다.

2019년부터 국내외 유명 반도체 대기업에 납품하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 2019~2021년 3년간 매출이 매년 95%씩 뛰었고, 적자였던 사업도 2019년에 흑자 전환해 2021년엔 영업이익이 274억원까지 늘었다. 현재 전체 직원 300명 중 절반이 엔지니어일 정도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 대표는 “특히 최근에는 자율 주행 같은 첨단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반도체의 불량률을 최대한 낮추는 게 관건”이라며 “반도체 검사 장비에 대한 요구 수준도 더욱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작동 과정에서 반도체 불량으로 문제가 일어나면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텍플러스는 디스플레이·2차전지 등 새로운 분야로 검사 장비 납품처를 확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디스플레이와 2차전지 분야도 고도의 정확성과 품질을 요구하는 분야”라면서 “생산 공정 전체를 자동화하는 스마트 팩토리 구축이 확산하는 만큼, 고도화된 인텍플러스의 검사 장비에 대한 수요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