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주의 한 마스크 제조 업체는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올해 초 법원에 회생 신청을 냈다. 코로나 초기, 마스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짭짤한 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마스크 공장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시중에 물량이 대량 풀리면서 장당 800원 했던 마스크 소매가격이 금세 350원까지 떨어졌다. 지금 도매가격은 150원까지 떨어져 130원 안팎인 생산 원가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업체 직원은 “다른 공장이 최근 줄줄이 폐업하면서 시중에 ‘땡처리 마스크’까지 풀리고 나니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고 했다.
최근 2년여간 전국 곳곳에 생겨났던 마스크 업체들이 수익성 악화로 폐업 위기를 맞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반짝 특수’를 누렸지만, 워낙 많은 업체가 생겨나 공급 과잉 현상이 벌어진 데다 ‘탈(脫)마스크’ 시대까지 찾아오면서 수요 급감이 예상되는 탓이다. 진단 키트, 손 소독제 제조 업체들도 주가 하락과 매출 감소로 울상이다.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업계가 존폐 기로에 놓인 모양새다.
◇脫마스크 앞두고 공장 줄도산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0년 1월 137곳이었던 마스크 제조업체는 2022년 4월 현재 1683곳으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식약처가 허가한 마스크 품목도 같은 기간 1012가지에서 8554가지로 늘었다. 이는 코로나 초창기인 2020년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자 정부가 마스크 제조업체 설립 허가를 간소화한 여파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마스크 공장들이 생산 라인을 모두 가동해 마스크 단가는 꾸준히 하락해왔다. 게다가 최근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얘기가 나오자 아예 공장 운영을 포기하는 업체가 속출하는 것이다. 의류 수출입을 했던 경기도 남양주의 A 업체는 코로나 때문에 주문량이 줄어들자 마스크 생산에 뛰어들었으나, 수익성 악화로 회사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인천의 B 업체도 코로나 이후 마스크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기존 수출입 사업까지 어렵게 돼 최근 회생 신청을 했다.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마스크 제조 설비도 헐값에 풀렸다. 2020년 2억~3억원대로 치솟았던 마스크 제조 설비는 최근 2500만원까지 떨어졌다.
남은 기업들은 생산량을 절반 이하까지 줄여가며 간신히 버티고 있다. 충남의 한 마스크 업체 임원은 “생산 설비에 들인 돈이 워낙 많아서 섣불리 업종을 바꿀 수도 없다”며 “생산량을 3분의 1 정도 줄여 공장 운영만 간신히 해나가면서 다른 살길을 찾는 중”이라고 했다. 중견 마스크 제조사의 한 임원은 “결국은 경쟁력 있는 몇 업체만 남는 방식으로 업계가 재편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진단 키트 업체 주가 폭락… 손 소독제 업체도 ‘울상’
‘코로나 엔데믹’으로 위기를 맞이한 곳은 마스크 업체뿐이 아니다. 지난해 오미크론 유행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진단 키트 업체들 주가는 연일 하락하고 있다. 씨젠의 지난해 매출은 1조3708억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고, SD바이오센서도 매출이 전년보다 74% 증가한 2조9314억원이었다. 그러나 올해 엔데믹이 예견되면서 진단 키트 업체들의 주가는 최고점 대비 30~60%가량 떨어졌다. 2월 초 6만3300원이었던 씨젠의 주가는 현재 4만550원이다. 휴마시스 주가는 최고 3만4500원에서 63% 떨어져 현재 1만2450원에 거래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 일일 검사는 한때 70만건을 넘었지만 현재는 10만~20만건 정도에 그친다. 한 진단 키트 업체 관계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진단이 줄어들고 있다”며 “4월부터는 실적이 크게 나빠질 것”이라고 했다.
손 소독제 업체들도 생산량이 줄면서 매출 하락을 겪고 있다. 손 소독제 제조 업체 C사는 요즘 코로나 한창때 물량의 10분의 1 수준만 생산하고 있다. 대용량 제품을 한번 구매하면 2~3년씩 쓰기 때문에 개인 소비자의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중국산 제품이 전 세계에 풀리면서 수출도 여의치 않다. 한 제조 업체 대표는 “작년 6월까지는 한창 바빴지만 지금은 한가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