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의회는 지난달 19일 리튬 탐사·개발·채굴 권한을 국영기업에만 맡기겠다는 국유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칠레도 지난 3월 리튬 광산을 국유화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 초안을 만들었다. 니켈 세계 1위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2020년부터 니켈 원광 수출을 금지했고, 알루미늄 원료인 보크사이트와 구리도 올해와 내년 차례로 수출 금지한다는 계획이다. 코발트 최대 생산국인 콩고민주공화국도 불순물을 제거한 코발트 정광 수출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광물로 꼽히는 리튬·니켈·코발트·희토류 등을 두고 자원 국유화, 자원 무기화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산유국들이 열강들에서 석유 이권을 되찾기 시작한 20세기 중반과 같은 상황이 21세기에 광물에서 재연되는 것이다. 새 정부는 핵심 광물까지 자원 안보 범위에 포함하고, 민간 주도로 광물 자원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기업에만 맡겨놓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원 빈국(貧國)을 넘어 자원 무국(無國)이라 불리는 상황에서 성공 가능성이 낮은 광물 자원 개발을 민간에만 맡겨놓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는 것이다.

◇6대 핵심 광물 중국 등에 과도하게 의존

우리나라는 탄소 중립에 필요한 6대 핵심 광물의 60%가량을 중국 등 5국(國)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6대 광물(리튬·니켈·코발트·흑연·희토류·백금족)은 전기차 배터리·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없어선 안 될 필수 광물이지만, 흑연을 제외하면 국내 자급률은 0%로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픽=송윤혜

1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의 6대 광물 원재료와 소재·부품 수입액의 60.9%는 중국 등 5국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비율이 37%로 가장 높았고, 이어 일본(9.9%)·미국(5.3%)·칠레(5.1%)·뉴칼레도니아(3.6%) 순으로 나타났다. 6대 광물 수입액은 2016년 34억3358만달러(약 4조3400억원)에서 2020년 68억4792만달러(약 8조6500억원)로 99% 급증할 만큼 확대 추세다.

리튬·희토류·흑연 등은 중국 비율이 절대적이었다. 배터리 핵심 원료로 2030년 수요가 현재의 42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리튬은 중국 수입 비율이 79%를 웃돌았다. 전기차 모터·풍력 발전기 등 신재생에너지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중국 비율은 73%, 배터리 음극재에 주로 쓰이는 흑연은 87%에 달했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탄소 중립에 필요한 핵심 광물의 매장·생산 국가는 석유·가스보다 한정돼 있어 시장 독과점이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지정학적 변수나 수요·공급 변화에 공급망이나 가격이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민간 업체 역량 부족… 공기업은 손발 묶여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LG화학·LX인터내셔널·포스코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도네시아 니켈 광산 투자에 나섰고, 포스코홀딩스는 2024년 리튬 자체 조달을 목표로 아르헨티나 리튬 공장에 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엔 호주 니켈 제련사 레이븐소프 지분을 인수하고 탄자니아 흑연 광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자원 개발업체 임원은 “지난 10년 동안 해외 자원 개발을 적폐시하는 바람에 인력은 물론 노하우까지 싹 다 사라졌다”며 “처음부터 맨땅에 헤딩해야 할 판이다”라고 말했다. 과거 국내 기업들의 해외 광물 투자를 이끌었던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지난해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통합하며 해외 자원 개발 기능을 없애버린 탓에 구심점 역할을 할 곳도 사라져 버렸다. 다른 나라 국영기업이나 100년 이상 된 해외 메이저가 장악한 시장에서 민간 기업만으로 경쟁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종근 서울대 교수는 “해외 자원 개발을 하려면 10번 정도 실패해도 괜찮을 만한 자본력과 전문 기술 인력, 사업 파트너가 필수”라며 “단기 성과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민간 기업에만 전적을 의존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신현돈 인하대 교수는 “자원 개발은 투자한다고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보니 기업 오너도 쉽게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석유공사·가스공사·광물공사를 합친 개념인 일본의 석유·가스·광물공사(JOGMEC)와 같은 기구를 만들어 자원 개발에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는 “우리나라는 정권에 따라 해외 자원 개발 투자가 부침을 겪으며 기술이나 인력을 축적하지 못했다”며 “해외 자원 개발과 관련해 중·장기적인 계획과 실행을 책임질 수 있는 독립적인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