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1분기(1~3월)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주 대한항공이 내놓은 영업 성적표가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대한항공은 1분기에 매출 2조8052억원, 영업이익 7884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4일 밝혔습니다. 매출은 작년 1분기보다 60% 많고 영업이익은 533% 급증한 것입니다. 순이익도 5439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습니다. 항공업종은 코로나 경제봉쇄가 풀리면 혜택을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리오프닝(reopening·경제활동 재개)주로 꼽히죠. 하지만 아직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봉쇄가 풀리지 않았는데도 대한항공은 좋은 실적을 거둔 것입니다. 항공 산업만 십수 년째 분석하는 애널리스트조차 “실적이 좋을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 숫자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고 평가할 정도입니다.
대한항공의 깜짝 실적은 두 가지 고정관념, 즉 ‘유가 상승과 환율 상승은 항공사에 악재’라는 상식을 깨뜨린 것이라 더욱 주목받습니다.
일단 올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뛰면서 대한항공의 경우 2000억원이 넘는 연료비 추가 부담이 생겼을 걸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회사는 이 부담을 화물 영업으로 상쇄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국제 공급망 붕괴로 해운 운임이 급등한 데다 화물을 실어 나를 배를 구하기도 어렵게 되자 급송 화물을 비행기 편으로 실어나르려는 수요가 몰렸기 때문입니다. 대한항공은 화물 단가를 올려 매출액이 7000억원 가까이 더 늘었습니다. 유가 상승 부담을 상쇄하고도 남았습니다.
환율 상승세도 대한항공의 발목을 잡지 못했습니다. 보통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오르면 대한항공 실적에 악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원화 결제 비중이 큰 여객 매출은 줄고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화물 매출이 늘어난 게 이번에 도움이 됐습니다. 1분기 전체 매출에서 화물 부문이 78%로 여객 부문(11%)을 압도했습니다.
대한항공에 유리한 환경은 2분기에도 이어지고 있고, 조만간 김포-하네다 등 주요 노선 운항도 재개되면 여객 영업도 살아날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투자의 세계는 역시 냉정합니다. 이런 깜짝 실적에도 주가는 고작 1%대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어쩌다 때를 잘 만나 얻은 호실적보다는, 앞으로 진짜 실력을 보여달라는 것이죠. 아시아나 인수 후 제대로 된 시너지 창출이나 탄소중립 시대 대응 같은 보다 큰 과제들에 대해 대한항공이 제 실력을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