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올 1분기 매출 16조원의 절반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냈다. 증권업계 예상치를 2조원 웃돈 것은 물론, 사상 최악이었던 지난해 연간 영업적자 규모도 한 분기 만에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청구서가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날아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한전 적자는 연간 매출의 절반 수준인 3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한전은 13일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1% 늘어난 16조4641억원, 영업 적자는 7조786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LNG(액화천연가스)·석탄 등 연료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한전이 발전 회사에서 사들이는 전력 구입비가 급등한 데 따른 결과다. 올 1분기 한전이 공장·가정 등에 판매하는 전기 단가는 kWh(킬로와트시)당 110원 수준이었던 반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살 때 기준이 되는 계통한계가격(SMP)은 평균 181원이었다.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1분기 내내 이어지면서 적자 규모를 키웠다.

탈원전 등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이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맞물리며 한전의 실적 악화를 불러왔다. 원전 조기 폐쇄와 가동 지연이 계속된 상황에서 LNG·석탄 등 에너지 가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급격히 치솟자 그 충격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적자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우려가 커지자 “원전을 중단해도 전기요금은 절대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은 삼척동자(三尺童子)도 안다”며 반박했고, 지난해 해외 각국이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라 전기요금을 인상할 때도 그 같은 입장을 고수하며 요금을 사실상 동결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도 전기요금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자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는 왜곡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가 눈앞에 닥친 지금, 한전을 넘어 국가적 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