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8조원 가까운 최악의 영업손실을 낸 한국전력이 발전사 등 자회사 지분과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흑자 전환 때까지 직원 정원도 동결하기로 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7조7천869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영업이익 5천656억 원)와 비교해 적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3일 공시했다. 매출은 16조4천641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9.1% 증가했다. 순손실은 5조9천259억 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모습. 2022.5.13/연합뉴스

한전은 18일 한국수력원자력과 5개 발전 자회사 등 11개 관계사 사장단이 참석한 ‘전력그룹사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6조원 이상 재무 개선을 목표로 고강도 자구 노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은 우선 보유 중인 상장사 한전기술 지분 65.77% 가운데 경영권 유지를 위해 필요한 지분을 제외한 14.77%를 매각해 4000억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전력 ICT(정보통신기술) 부문 자회사인 한전KDN을 기업공개(IPO) 후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 한전 관계자는 “발전 자회사들이 신재생에너지에 진출하면서 설립한 SPC(특수목적법인) 지분도 매각할 예정”이라며 “출자 지분을 팔아 총 8000억원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의정부 변전소 부지 등 보유 부동산을 정리하고, 사택과 사옥 등 사용 중인 부동산도 매각해 7000억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필리핀 세부 석탄화력발전소를 비롯해 태양광·가스 등 운영·건설 중인 해외 사업도 구조조정을 통해 1조9000억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전력 자회사 사장단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비상위기 대응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비롯한 6개 발전 자회사 사장단은 이날 회의에서 자산 매각을 포함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다. 한전은 유가 급등에 따른 연료비 인상으로 올 1분기 7조6000억원이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2022.5.18/뉴스1

이 밖에 하동 1~6호기 보강 사업 연기, 업무추진비를 비롯한 경상 경비 30% 절감, 발전소 예방 정비 기간 단축 등을 통해 총 2조6000억원을 줄이기로 했다. 발전 자회사 간 유연탄 공동 구매, 발전사 간 물량 교환을 통해 비용을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한전 직원 정원은 문재인 정부 기간 9.7% 늘었다. 같은 기간 발전 6사의 정원도 13.3% 증가했다. 한전 관계자는 “흑자 달성 등 재무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정원을 동결하고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에만 한전 적자가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6조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 방안으로 적자를 메우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증시가 부진하고,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출자 지분 매각, 자회사 상장, 부동산 처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미래 먹거리인 국내외 우량 자산까지 매각에 나서면서 성장 동력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