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서 만난 강모(64)씨는 “20년째 화물차를 몰고 있는데 경유값 때문에 지금처럼 난리가 난 적이 없다”고 했다. 작년 이맘때 L당 1200~1300원 하던 경유값이 작년 연말 1500원대를 거쳐 지금은 휘발유를 추월해 L당 2000원을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강씨는 “작년에는 한 달 220만~230만원쯤 나가던 기름값이 지금은 한 달 300만원으로 뛰었다”며 “대구 한 번 다녀오면 26만원 정도 들던 기름값이 지금은 40만원이 넘게 든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경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경유차 운전자들, 특히 화물·용달차와 관광버스 차주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전국 평균 경유값은 지난 11일 14년 만에 휘발유 가격을 추월한 뒤 그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22일 오후 4시 기준 경유 가격은 L당 1995.79원, 휘발유 가격은 1985.07원이다. 디젤 경차가 많은 유럽의 경유 수요가 몰리면서, 국제 경유시장의 수급 균형이 깨진 탓이다.

이 때문에 화물차·용달차·관광버스 등 경유 차량 업계의 유류비 부담이 심각해지고 있다.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관계자는 “경유값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서면서 화물트럭 기사들의 월수입이 300만원에서 100만~150만원 수준으로 반 토막 났다”며 “아예 장거리 운행을 기피하는 차주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19일 서울에서 만난 화물차 차주들은 “장거리 운행은 엄두도 못 낸다”고 했다. A(50)씨는 “수도권만 다녀도 일주일 2~3번 주유소를 가야 하는데, 경유 100L씩만 넣어도 한 번에 20만원, 일주일 40만~60만원”이라며 “오늘도 용인·안산·화성 등지만 돌았다”고 했다.

차주들은 “정부 보조금도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 보조금은 유류세 일부를 보조하는 ‘유류세 연동 보조금’과 경유값 상승분 일부를 지원하는 ‘유가 연동 보조금’ 두 가지다. 유류세 연동 보조금은 유류세에 비례해 결정된다. 정부는 유가 안정을 위해 작년 11월 유류세를 20% 인하했고 이번 달 인하 폭을 30%로 늘렸다. 그 결과 보조금 액수도 함께 줄어든 것이다.

지난 17일 정부는 “유가 연동 보조금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경유값이 기준 가격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의 50%를 지원하는 제도로, 기준 가격이 낮을수록 보조금 액수가 커진다. 정부는 기준 가격을 L당 1850원에서 1750원으로 낮췄지만 화물차 업계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다.

화물차 업계에선 “요소수도 문제”라고 말한다. 요소수는 작년 수급 대란 전 L당 평균 800~1000원이었지만, 지금은 L당 1800원까지 올랐다. 공급망 다변화로 수급은 해결됐지만 가격이 2배 가까이 뛴 것이다. 한 관광버스 업체 관계자는 “유류비와 요소수 값이 감당 안 돼 전체 20대 중 2~3대를 빼면 다 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