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앞으로 5년간 반도체·바이오·신성장 IT(정보통신)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450조원을 투자한다. 이 가운데 80%인 360조원은 연구개발(R&D), 시설 투자 등을 통해 국내에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 5년간 국내 투자금액(250조원)보다 100조원 이상 늘린 것이다. 이와 함께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5년간 8만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8월 삼성은 앞으로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신규채용하겠다고 밝혔는데, 1년도 안돼 또다시 투자 규모와 채용인원을 대폭 확대한 것이다.
삼성은 24일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삼성의 미래 준비’라는 제목으로 이러한 투자·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주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한 지 불과 나흘 만에 나온 투자 발표로, 한미 ‘반도체 동맹’ 강화와 현 정부의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의지에 적극 부응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방한으로 삼성의 미국 투자만 강조되다보니 국내 투자를 소홀히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행동이라는 분석도 있다.
삼성은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및 차세대 통신과 같은 신성장 IT 등 미래 신사업에 앞으로 5년간 계열사들과 함께 45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삼성이 지난 5년간 투자한 330조원 대비 120조원 늘어난 것으로, 연평균 투자 규모를 30% 이상 늘린 것이다.
반도체의 경우 30년간 선도해온 메모리 분야의 ‘초격차’ 위상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신소재·신구조에 대한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첨단 극자외선(EUV) 기술을 조기에 도입하는 등 첨단기술을 선제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삼성은 고성능·저전력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5G·6G 등 초고속 통신 반도체 등에 필요한 팹리스(설계) 시스템반도체의 경쟁력도 확보할 방침이다.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에서는 차세대 생산 기술을 적용해 3나노 이하 제품을 조기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바이오 분야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및 시밀러(복제약)를 주축으로 하는 사업구조를 구축하기로 했다.
아울러 미래 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AI, 차세대 통신 등 신성장 IT 분야에서는 ‘초격차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측은 “미래먹거리와 신성장 IT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국가 핵심 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동시에 사회 전반에 역동성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라며 “특히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이 세계 1위로 성장할 경우 삼성전자보다 큰 기업이 국내에 추가로 생기는 것과 비슷한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또 앞으로 5년간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8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