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KERI)은 1976년 한국전기기기시험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연구개발(R&D)을 비롯해 전력기기 시험인증이 주요 업무다.
전력기기 시험인증은 차단기·스위치·케이블·개폐기 등 다양한 전력기기가 큰 전류나 높은 전압을 받는 가혹한 조건에서도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험하고, 성적서·인증서를 발급해주는 업무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송·변전소와 배전 계통을 거쳐 각 가정과 공장에 이르는 과정에서 낙뢰 등 천재지면이나 갑작스러운 돌발 사고가 일어났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KERI는 세계 전력기기 시험인증 분야 협의체인 ‘세계단락시험협의체(STL)’ 정회원 자격을 갖고 있다. STL 정회원은 전 세계에서 12개 국가와 기관만 자격을 갖고 있다. 세계 전력기기 시장에서는 STL 정회원 자격을 보유한 기관이 발급한 성적서만 가치를 인정받고 통용된다. 이 때문에 효성중공업·LS산전·현대일렉트릭 등 국내 대표 업체는 물론, 일본과 중국을 넘어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에서도 KERI를 찾아온다. 사우디 전력기기 업체에서 연구원의 시험설비 구축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연구원이 있는 경남 창원시를 방문하기도 했다.
김민규 KERI 시험부원장은 “국내 전력기기 제조업체들이 비싼 운송비와 시험료를 내면서 해외 시험기관에 갈 필요가 없어 수출 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가까운 일본과 중국만 해도 KERI와 같은 시험설비 인프라를 가진 곳이 없어 비싼 돈을 들여 KERI로 무거운 제품을 가져와 시험을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은 STL 정회원으로서 KERI의 국제적인 인지도를 활용해 국내 제조사들의 의견과 애로사항을 글로벌 업계에 전달하고 있다. KERI가 보유한 세계적 기술력과 우수한 인력을 기반으로 국내 제조사들을 위한 다양한 시험인증 교육을 진행하며 업체들의 역량 향상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김민규 KERI 시험부원장은 “정기적인 교육을 통해 전력기기 국제 규격의 개정 동향을 발 빠르게 전달하며 관련 종사자들의 기술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