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6월부터 2023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가운데, 경영계와 노동계 이견이 팽팽히 맞서면서 이번에도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소상공인업계는 ‘업종별·지역별 차등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중소기업계 역시 경영 환경 악화를 근거로 ‘최소 동결’을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에선 살인적인 물가상승률 등을 들어 최저임금이 1만원 이상 수준으로 책정돼야 한다고 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26일 최저임금 제도개선위원회 발족식을 열고 ‘최저임금 업종별·지역별 차등화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위원회는 회의에서 “1986년 제정 이후 35년 동안 수십 차례 개정된 최저임금제도는 많은 문제가 있었다”며 “제도 변화도 일부 있었지만, 주요 내용은 제정 당시와 큰 변화가 없는 상태에 머물러있다”고 했다. 이어 “제도 제정 이후 최저임금과 관련된 한국의 경제적·사회적 여건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며 “이제 새로운 현실에 맞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최악의 경영난 속에서 최저임금 결정을 앞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법에 명시된 ‘구분적용’ 권리를 표결로 단일적용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다”고 했다. 오 회장은 “정부는 객관적인 통계자료를 구축해 입법·제도적 차원에서 최저임금을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기 어려운 소상공인의 입장이 충분히 관철될 때까지 ‘최저임금 결정구조의 근본적 개편’을 강력히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소상공인 업계에선 업종별·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해 사업주 임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임금 지불 능력이 떨어지는 일부 업종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계도 최저임금 동결과 구분적용을 주장한다. 지난 24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중소기업 고용애로 실태 및 최저임금 의견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6곳(59.5%)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53.2%)하거나 인하(6.3%)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경영 상황이 나쁘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구분적용에 대해서는 53.7%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합리적인 구분기준은 업종별(66.5%), 직무별(47.2%), 규모별(28.9%), 연령별(11.8%), 지역별(7.5%) 순으로 나타났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코로나로 커진 양극화의 해법은 결국 일자리 창출에 있다”며 “최근의 고용시장 훈풍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는 중소·영세기업의 지불능력을 감안한 최저임금 속도조절과 구분적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노동계는 “생계비를 중심에 놓고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24일 노동계는 최저임금 논의에 활용할 적정생계비 계산 모델을 제시하면서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1860원 가량으로 제시했다.
이날 국회 토론회에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언제부턴가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의 최저수준 임금이 아닌 사용자의 지불능력을 고려한 임금이 돼 버렸다”고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소득불평등과 사회양극화가 이토록 심하게 벌어져있는데도 자본의 지불능력을 최저임금 결정에 반영하자며 우겨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최저임금의 본래 취지인 생계비를 심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경영계와 노동계는 다음달 9일 최저임금위원회 3차 전윈회의에서 최저임금 수준과 구분적용 도입 여부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최저임금 심의의 법정 시한은 6월 말이지만,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올해에도 시한을 넘겨 심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