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특별 승진 인사를 앞두고 사내에 ‘일하는 직원이 대우받는 원칙’ ’연공서열주의 타파’라는 원칙을 공지했습니다. 공기업인 한수원으로선 민간 기업 수준의 파격적인 인사 원칙을 내놓은 것입니다.
그런데 한수원이 이 같은 인사 원칙을 내놓자 박수는커녕 뒷말이 무성합니다. 이번 인사를 주도한 정재훈 사장 때문입니다. 정 사장은 2018년 4월 사장에 올라 작년 4월 3년 임기가 끝났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년 연임한 데 이어 문재인 정부 막판인 올해도 다시 1년 연임을 추진하다가 ‘연임 알박기’ 논란이 확산하면서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신임 사장 선임 때까지 ‘임시 사장’인 정 사장이 퇴임을 눈앞에 두고 인사권을 행사하려고 하자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지난주 회의 때 정 사장이 “오는 6월 인사를 하겠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설마’ 하던 한수원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승진 인사 시행 계획이 확정되자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정 사장은 문재인 정권의 대표적인 ‘탈원전 대못’으로 꼽히는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탈원전 정책 폐기를 내건 윤석열 정부에서 한수원 사장을 맡는 것도 아이러니한데 인사권까지 휘두르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특히 한수원이 이번 인사에서 내세운 ‘승격 소요 연수 제외’, ‘직군 통합’과 같은 원칙을 두고서도 다른 목적이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상위 직급으로 승진할 때는 4~6년씩 필수 연한을 채워야 하지만 이번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고, 직군별로도 나눠 뽑지 않고 성과가 뛰어나면 선발하겠다고 했는데 이같이 기존 요건을 배제하는 게 결국 ‘내 사람’을 승진시키기 위해 그럴싸하게 포장한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한 기업의 사장이 퇴임하는 날까지 인사권을 행사하는 게 규정에 어긋나는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특별 승진이라는 정 사장의 이번 인사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CEO”라는 평가보다는 “나갈 때까지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는 비판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