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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사회적 트렌드를 넘어 경영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부터 우아한형제들, 마켓컬리 등 유망 스타트업까지 국내 경제계를 대표하는 76개 기업이 모여 ‘신(新)기업가 정신’을 선언한 것은 이런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기업들이 이윤 추구를 넘어 환경보호, 청년 일자리 창출과 같은 사회적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것을 천명한 것이다.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열린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하범종 LG 사장,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과 같은 대기업 경영인들과 김슬아 컬리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강한승 쿠팡 대표 등 스타트업 대표, 중견·중소기업 대표, 금융·외국계 기업 대표를 포함해 40여 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기후변화, 공급망 재편, 사회양극화와 같은 문제를 정부가 다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새로운 위기와 과제 해결에 기업도 새로운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인들은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위한 5대 실천 명제로 △혁신·성장을 통한 좋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가치 제고 △외부 이해 관계자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통한 윤리적 가치 제고 △조직 구성원이 보람을 느끼고 발전할 수 있는 기업 문화 조성 △친환경 경영 실천 △지역사회 동반 성장 등을 제시했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기업 선언문’에 76명의 기업 대표가 서명했다. 또 기업들은 신기업가 정신 실천 기구인 신기업가정신협의회(Entrepreneurship Round Table·ERT)를 통해 실천 과제를 수행하기로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날 행사 축사에서 “전동화 차량 출시와 수소 모빌리티 확대, 계열사 ‘RE100′(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참여에 더해 향후 자동차 제조,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며 “미래 모빌리티 산업으로의 전환기를 맞은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를 강화하고 청년 및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환경보호와 산업 안전 분야에 대한 끝없는 투자와 노력을 통해 모범적인 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2045년까지 자동차 생산부터 운행, 폐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탄소 순배출 제로(0)를 달성하겠다는 탄소 중립 청사진을 지난해 공개하기도 했다.

이날 신기업가 정신 선언에 동참한 삼성전자도 제품 개발과 생산·폐기 등 전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유럽·중국 지역의 모든 사업장에서 2020년 기준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했으며, 다른 지역에서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와 재생 전력 요금제를 활용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공급 계약을 순차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롯데그룹도 상장사 이사회 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회 설치, ESG 전담팀 운영,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등을 통해 체계적이고 투명한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든 상장사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을 의무화한 그룹은 롯데가 처음이다. 롯데는 작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발표한 상장 기업 ESG 평가에서 평가 대상 상장사(롯데지주,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하이마트, 롯데쇼핑, 롯데정밀화학, 롯데정보통신, 롯데제과) 모두가 ‘A등급’을 획득했다. 체계적인 ESG 경영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17개 주요 그룹 사장단으로 구성된 ‘ESG 경영위원회’를 출범시킨 경총의 손경식 회장은 “우리 기업은 어려운 글로벌 경쟁 상황에서도 국내외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로부터 신뢰받는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며 “앞으로도 ESG 경영을 한층 더 고도화해 기업가 치를 스스로 높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