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현대차를 포함한 국내 10대 그룹은 윤석열 정부 임기 내 총 1000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함께 내놓은 신규 채용 목표는 5년간 총 40만여 명에 이른다. 10대 그룹의 현재 고용 인원이 총 100만명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5년간 40만명 신규 채용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쉽지 않은 장밋빛 목표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그룹별로 현 고용 인원의 30~70%에 이르는 인력을 단 5년 만에 새로 채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에 투자·채용 목표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기업의 발표가 ‘근거 없는 자신감’ 차원은 아니라는 의미다. 10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일자리 만드는 기업을 업고 다니겠다고 한 만큼, 기업들이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높은 목표를 제시한 것”이라며 “이 약속을 끝까지 지킬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다양한 규제 혁파 정책 등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 “앞으로 5년간 40만명 뽑겠다” 10대 그룹 지난해 상시 고용 규모는 총 100만명

가장 먼저 채용·투자 계획을 발표한 삼성그룹은 앞으로 5년간 8만명을 뽑겠다고 밝혔다. 작년 8월 3년간 4만명을 고용(연간 1만3000명)하겠다고 했는데, 9개월 만에 연간 1만6000명 채용으로 더 높아진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삼성은 지난해 연말 기준 고용 총인원 26만7000명의 30%에 달하는 인원을 2026년까지 신규 채용하게 된다.

SK그룹과 LG그룹의 목표치는 더 높다. 2026년까지 각각 247조, 10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SK그룹과 LG그룹은 앞으로 5년간 5만명(연간 1만명)씩 새로 뽑겠다고 밝혔다. 현재 고용 총원이 SK그룹은 11만7000명, LG그룹은 16만명이다. 각각 전체 고용 규모의 42.5%, 31.3%를 앞으로 5년간 뽑겠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파격적 목표다. 현대차그룹도 지난 연말 3년간 3만명을 새로 뽑겠다고 밝혀, 연간 고용 인원 1만명 목표를 제시했다.

철강·중공업·정유 업종은 대규모 장치 산업이라는 특성상 신규 채용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그런데도 포스코·한화·GS·현대중공업은 연간 4000~5000명씩을 새로 뽑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전체 고용 규모는 각각 3만~4만명 정도여서, 매년 전체 고용 규모의 10% 안팎을 뽑는 셈이다. 특히 포스코그룹은 전체 고용 규모가 3만6000명인데, 앞으로 5년간 2만5000명을 뽑겠다고 밝혔다. 전체 고용 인원의 약 70%를 앞으로 5년간 뽑겠다고 한 것이다.

◇고용 순위는 삼성·현대차·LG·SK…4대 그룹, 그중에서도 삼성 쏠림 현상 심화

올해 공정위 대기업 집단 자산 규모 순위에서는 SK그룹이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하지만 고용 규모 순위를 보면 삼성, 현대차, LG, SK 순이다.

30대 그룹의 전체 고용 규모는 133만명이다. 이 중 10대 그룹의 고용 인원이 102만명으로 약 76.5%를 차지한다. 특히 4대 그룹인 삼성·현대차·LG·SK(고용 규모 순)가 72만 명이다. 30대 그룹 전체 고용 인원에서도 4대 그룹의 비중은 2016년 51.1%에서 지난해 54.1%로 늘었다. 삼성 쏠림 현상도 심화됐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채용 규모 비중도 7.3%에서 8.2%로 늘었다.

매출도 비슷한 흐름이다. 지난해 30대 그룹 전체 매출에서 4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율은 5년 전 57.9%에서 59.2%로 증가했다. 삼성그룹 매출은 2016년 30대 그룹 전체 매출의 11.2%에서 지난해 13.1%로 높아졌다.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10대 그룹의 비중이 이처럼 커지는 상황에서 도전적 투자와 고용 목표를 제시한 것은 그만큼 책임감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은 “기업들이 도전적으로 밝힌 계획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나 비용 부담을 제거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노력이 반드시 뒷받침돼야만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