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시멘트·레미콘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유통 기지는 물론 시멘트 공장에서 제품 출하가 중단됐고, 시멘트를 원료로 쓰는 레미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시멘트와 레미콘 공급이 막히면서 전국 건설현장에선 조업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화물연대가 이날 오전 시멘트업계 물류 중심지인 경기 의왕(부곡) 유통기지 진입로를 차량으로 봉쇄하면서 시멘트 운송이 전면 중단됐다. 의왕 유통기지는 쌍용C&E 등 국내 메이저 시멘트 7개 업체의 저장소가 있는 곳이다. 유통기지뿐만 아니라 시멘트 제조공장의 물류도 사실상 봉쇄됐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충북 단양(한일시멘트·성신양회)과 제천(아세아시멘트), 강원 영월(한일현대시멘트) 등 내륙 지역의 공장은 이날 화물연대의 점거로 시멘트 출하가 전면 중단됐다. 쌍용C&E 동해공장 등 해안가에 있는 공장은 직접적인 봉쇄는 피했지만, 시멘트 출하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 시멘트업체 관계자는 “비노조원들도 조합의 눈치를 살피느라 시멘트 운송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멘트를 공급받지 못한 레미콘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수도권의 한 레미콘사 관계자는 “자체 저장소에 보관해놓은 시멘트 재고가 사흘치도 안 된다”며 “최근 유연탄 값 인상으로 시멘트를 원활히 공급받지 못했는데, 물류 차질까지 생겨 당장 건설 현장에 납품할 레미콘도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마철이 오기 전 레미콘 타설에 속도를 내야 하는 건설 현장도 비상이다. 레미콘을 못 구해 작업 일정을 재조정하는 현장도 생기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레미콘 납품처가 여러 곳이라 이번 주는 버틸 수 있겠지만, 물류 파업이 장기화하면 다음 주부터는 현장을 놀려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선 주류업체를 중심으로 물류 대란의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이날 오후부터 충북 청주 공장에서 소주 출고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화물연대 소속 운송 기사와 비조합원 기사 간 갈등이 심해진 탓이다. 하이트진로는 “외부 화물차를 섭외했지만 기사들이 ‘조합원들로부터 위협을 받는다’며 운송을 안 하려고 해 어쩔 수 없이 출고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오비맥주는 물류 계약을 맺은 화물차주 대부분이 파업에 들어가면서 광주광역시·이천·청주 공장에서 맥주 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운송비를 기존보다 2~3배 올려 외부 차량을 섭외해 평소 물량의 20% 정도를 출고했으나, 내일은 이 정도라도 운송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