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 요금은 지난 4월 kWh(킬로와트시)당 6.9원 오른 데 이어 10월 4.9원 더 오른다. 두 차례 합쳐 올 연간으로 총 10.6% 인상하는 것으로, 임기 내내 인상을 미뤘던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올 들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나들고 있어 전기 요금이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정부와 한전은 분기당 최대 3원, 연간 5원인 연료비 연동제 상하한 범위를 더 확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시내에서 시민들이 전력량계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전망하는 한전의 올해 적자 규모는 17조 4723억원이다./뉴시스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 시절 ‘전기 요금 원가주의 원칙’을 확정하고 향후 전기 요금을 국제 에너지 가격의 움직임에 따라 인상·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원가 변동분을 요금에 포함하겠다”며 천연가스·석탄 등 연료비 상승에 따른 전기 요금 인상을 시사했다. 아직 인상과 관련한 구체적인 발표는 없지만 ‘임기 내 전기 요금 인상은 없다’는 공약 아래 애써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을 외면했던 지난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분위기다. 그만큼 한전 상황이 다급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한전이 전기를 사오는 가격이 판매 단가를 웃도는 상황이 지속됐다. 지난 1분기 한전이 공장과 가정 등에 판매하는 전기 단가는 kWh당 110원이었지만, 발전 회사로부터 전기를 살 때 기준인 계통한계가격(SMP)은 181원에 달했다. 지난 4월에는 SMP가 한때 202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전력 업계와 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을 제대로 반영하고 한전의 적자를 해결하려면 전기 요금을 30~50%는 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해외 각국은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세를 반영해 전기 요금을 큰 폭으로 올렸다. 프랑스는 지난해 2월과 8월에 이어 올 2월 전기 요금을 24% 올렸고, 영국은 올 4월 54% 인상했다. 스페인과 일본, 이탈리아 등도 지난해부터 계속 요금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전기 요금이 올해처럼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하는 것도 1981년 이후 41년 만에 처음인 상황에서, 인상 요인을 한 번에 반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전기 요금 인상 시간표를 확정해 전력 소비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기름 값은 국제 가격을 반영해 오르고 있지만, 전기 요금은 올 들어 4월 한 차례 올랐을 뿐”이라며 “유명무실화된 연료비 연동제를 제대로 실시하면서 전력 소비자들에게 전기 요금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