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드 알하마디 아랍에미리트 원자력공사(ENEC) CEO는 지난 2일 인터뷰에서 "한국과 ENEC가 중동뿐 아니라 전 세계 원전 시장에서 함께 기회를 찾자"면서 "40번 이상 방문한 한국은 나에게 제2의 고향"이라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한국이 아랍에미리트 원자력공사(ENEC)와 함께 중동은 물론 전 세계 원전 시장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2일 서울 송파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모하메드 알 하마디 ENEC CEO(최고경영자)는 “완벽하게 가동 중인 바라카 원전은 두 나라가 새로운 원전 프로젝트에 진출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영국과 미국, 핀란드에서 원전 건설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양국이 성공적으로 준공·운영 중인 바라카 원전은 새 원전 수주를 위한 글로벌 경쟁에서 큰 강점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마디 CEO는 ENEC의 수장으로, 바라카 원전 건설을 비롯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사업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설립을 준비하던 2008년부터 지금까지 15년째 CEO로 재임 중이다. 최근 SK그룹이 SMR(소형 모듈 원전)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한 미국 테라파워의 이사진에도 참여하고 있다.

하마디 CEO는 산유국인 UAE가 한국형 원전을 발판으로 탄소 배출량 감축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바라카 원전은 최근 10년 사이 UAE가 청정 전력 생산 주요 국가로 성장하게 한 핵심 프로젝트였다”며 “4호기까지 송전망에 연결되면 탈탄소 정책을 더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라카 원전은 작년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데 이어 올 3월 2호기가 가동에 들어갔다. 3·4호기는 내년과 2024년 차례로 가동한다.

ENEC은 홈페이지 첫 화면에 바라카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량과 함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량도 같이 표시할 정도로 청정 에너지로서 원전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원전 4기가 모두 돌아가면 하루 석유 20만5000배럴(1배럴은 158.9L)에 해당하는 석유·가스를 절약할 수 있게 된다”며 “UAE 인구 85%는 원자력이 기후변화 대응에 효과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원전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고도 했다. 하마디 CEO는 “에너지 안보를 등한시했던 상당수 국가는 국제 가격이 급등한 지금도 에너지 수입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며 “원전을 운영하는 나라는 이 같은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이어 “바라카 원전 가동으로 절약한 천연가스를 한국에 판매해 LNG(액화천연가스) 분야에서도 양국이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마디 CEO는 한국이 수주한 바라카 원전 4기 이외에 4기 추가 건설을 시사하면서 양국이 앞으로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바라카 원전 인근 부지는 이미 원전 4기를 추가 건설할 수 있는 지하 기반 시설을 갖췄고 SMR 개발, 청정 수소 생산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른을 공경하는 문화와 같이 공통점이 많은 양국은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바라카 원전은 양국이 세계 원전 시장에 진출하는 데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