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 엔데믹과 해외여행 수요 급증에 발맞춰 국제선 항공기 운항 규제를 전격 해제하면서 항공업계의 ‘여름휴가 성수기’가 2년 만에 부활할 전망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 대비 2배 이상씩 폭등한 항공권 가격이 규제 해제에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소비자 불만이 계속 되고 있다. 항공업계에선 “수요 조사와 증편 허가 절차, 휴직·휴업 직원 복귀 등 여러 사정으로 인해 1~2개월 이상 지나야 항공권 가격 하락을 체감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규제 해제에도 표 값 소폭 감소에 그쳐
정부는 8일부터 ‘국제선 조기 정상화’ 조치를 시행했다. 일상 회복 추진에 따라 항공기 운항 역시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시간당 항공기 도착 편수(슬롯)를 기존 20대에서 코로나 이전 수준인 40대로 늘렸고, 오후 8시에서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적용됐던 도착 운항 제한(커퓨)도 해제했다. 국제선 증편 규모는 ‘주당 100회’에서 ‘제한 없음’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항공권 가격은 여전히 고공비행 중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 인천~파리 왕복 항공권 가격(직항 기준)은 현재 250만원이 넘는다. 지난달의 230만~350만원대와 큰 차이가 없고, 코로나 이전 150만~220만원대와 비교하면 여전히 훨씬 비싼 가격이다. 코로나 전 60만~100만원대였던 하와이행 항공권은 지난달 170만원대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160만원대로 찔끔 하락했다. 90만원대였던 방콕행 항공권은 60만원대로 약 30만원 싸졌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7월과 비교하면 모두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정부가 사실상 ‘무제한 운항’을 허가했는데도 항공권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항공업계에선 “국제선 정상화를 위한 절차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정부가 이날부터 운항 규제를 전격적으로 풀었지만, 항공사 입장에선 해외여행 실수요를 파악한 뒤에 적정 수준의 증편 신청을 내야 한다. 한 항공사 임원은 “무작정 증편했다가 승객 모집에 실패하면 빈 비행기를 띄우게 돼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내 항공사뿐 아니라 외국 항공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일단 수요 폭증이 확실한 일부 정기편을 확대하는 동시에 부정기편을 여럿 편성해 수요 증가 추세를 파악해 본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빈 비행기 띄울 순 없어… 수요 조사부터”
항공사가 특정 노선의 운항을 신청하면 국토교통부가 허가하는 방식이라 절차 진행에 걸리는 시간도 있다. 항공업계에선 “수요 조사 및 허가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빨라야 7~8월쯤 좌석 공급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항공권 가격도 체감할 수 있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현재 항공기 운항 편수는 완전 회복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지난 4월 주당 평균 국제선 운항 편수는 431편, 5월은 524편이었다. 6월엔 주당 760여 편을 운항할 계획이다. 코로나 이전 4800여 편에 비하면 20%도 채 안 된다. 내달 1000편을 증편한다고 해도 2019년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휴직·휴업했던 항공사 직원들의 복귀 문제도 항공 정상화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다. 특히 저비용 항공사(LCC)의 경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양대 항공사에 비해 휴직·휴업 인력 규모가 크고 기간도 길었던 터라 현장 투입 인력 정비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항공 규제를 진작에 풀었던 외국에서도 문제가 됐던 부분이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지난 4~5일(현지 시각) 런던 개트윅 공항에선 이지젯 등 LCC들이 ‘인력 부족’ 문제로 수십 편의 항공편을 취소하면서 여행객 수만 명의 발이 묶이는 일이 벌어졌다.
항공사들은 아직 남아있는 일부 방역 규제도 해제해야 국제선 정상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는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해외 입국자의 자가 격리를 면제하기로 했지만 입국 전후 PCR(유전자 증폭) 검사 등은 유지하기로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검사를 아예 안 하기 부담스럽다면 일부 해외 공항처럼 ‘무작위(샘플) 검사’를 도입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