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시작된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한 산업 피해가 확산하면서 재계를 대표하는 6단체와 25개 산업별 협회가 12일 화물연대 파업 중단과 정부의 엄정한 대처를 촉구하는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무역협회·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중견기업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와 자동차산업협회·한국석유화학협회 등 25개 업종별 협회는 이날 발표한 공동 입장문에서 “우리 경제가 글로벌 공급망 위기,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인상의 3중고로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가 장기화되면서 시멘트·석유화학·철강·자동차·전자부품 수급이 차질을 빚고 제조업과 무역에 막대한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화물연대는 국가 물류를 볼모로 하는 극단적인 투쟁을 즉각 중단하고 운송에 복귀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서도 “상황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을 적극 검토해야 하며 화물연대의 불법행위에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해 법치주의를 확립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산업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13일부터 선재공장과 냉연공장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현재까지 약 11만t의 제품을 출하하지 못했고, 생산된 철강 제품을 더 이상 보관할 공간도 없어 도로에 그냥 쌓아 두고 있다. 이마저도 한계에 다다르자, 공장까지 멈춰 세운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이 계속되면 수일 내로 열연·후판 공장까지 가동이 중단될 것”이라며 “결국에는 고로 가동 중단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주요 항만도 거의 마비 직전이다. 컨테이너 반출·입이 차질을 빚으면서 부산항과 인천항은 12일 기준 컨테이너 장치율(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정도)이 각각 78%, 82.9%로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업계에선 컨테이너 장치율이 70%만 넘어도 항만이 제대로 운영되기 어렵다고 본다. 11일 부산신항에서는 지나가던 차량에 생수병을 던지고 운송을 방해하던 화물연대 조합원 6명이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충북 단양의 한일시멘트·성신양회·한일현대시멘트 공장과 제천 아세아시멘트 공장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육상 출하가 중단됐다. 한일시멘트 공장은 하루 평균 육상 운송 출하량이 1만1000t 정도였는데 파업 이후 이 물량이 계속 쌓이고 있다. 공장 내 저장 시설인 사일로는 대부분 가득 찬 상황이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도 파업 첫날인 지난 7일 화물연대 대전지부가 파업을 시작하면서 컨테이너 40개(타이어 약 2만개)를 출하하지 못했다. 8일 이후 비조합원 차량을 투입해 하루에 컨테이너 20개 정도를 출고하고 있지만 평상시 출고하던 컨테이너 70개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들 공장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되면 생산량 자체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와 화물연대 간 협상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는 11일 오전 11시부터 10시간 넘게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안전운임제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해 당사자인 화주 단체가 안전운임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고, 안전운임제의 안전 효과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다”며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협상 결렬 직후 국토부는 “화물연대가 기존 입장만 되풀이해 대화가 중단됐다”고 했고, 화물연대는 “수시간 넘게 이어진 교섭으로 진전된 내용을 (국토부가) 막판에 원안으로 돌렸다”고 반박했다.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12일 오후 2시부터 협상을 재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파업에 참가한 화물연대 조합원은 5860명으로 전체 화물연대 조합원의 27%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