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값이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가스요금과 전기요금도 인상을 예고하며 에너지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원유·가스·석탄 등 국제 가격이 급등하면서 연쇄적으로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끼치는 모습이다. 공공요금이 물가를 끌어올린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한국전력이 밑지고 파는 전기 탓에 역대 최악의 적자를 내고 가스공사도 제때 요금을 올리지 못해 쌓인 미수금이 급증한 상황에서 더는 요금을 누르기 어렵다는 진단도 나온다. 지난 정부의 요금 인상 억제가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맞물리며 충격을 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3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전국 보통휘발유 가격 평균은 전날보다 리터(L)당 2.81원 오른 2071.41원을 나타냈다. 지난 11일 2064.59원으로 오르며 2012년 4월 18일 기록한 역대 최고가(2062.55원)를 경신한 데 이어 사흘 연속 폭등세다. 경유 가격도 L당 3.55원 오른 2071.54원까지 올라 휘발유 가격을 넘어서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휘발유는 지난달 7일부터, 경유는 지난달 4일부터 한 달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오르며 운전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초고유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가스요금도 다시 오른다. 다음 달부터 주택 등에서 쓰는 가스요금은 메가줄(MJ·열량 단위) 당 0.67원이 인상된다. 지난해 말 정부가 올해 5월과 7월, 10월 세 차례에 걸쳐 총 2.3원(16.2%)을 올리기로 한 데 따른 인상이다. 앞서 지난 4월 국제 가스 가격 상승에 따라 기준원료비가 평균 1.8% 오른 것을 감안하면 4월과 5월 인상에 이어 한 달 쉬고 또 인상이다.
일주일 뒤 결정되는 3분기 전기요금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고 오르면서 상승 요인이 대거 발생했기 때문이다.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급등한 3~5월 유가와 가스·유연탄 가격이 3분기 연료비 연동제 요금에 반영되면서 현행 상한인 kWh(킬로와트시)당 3원 인상은 예정된 순서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4월 kWh당 6.9원 오른 전기요금은 오는 10월에도 kWh당 4.9원 오를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한전의 적자를 없애는 방안 중 하나로 현행 분기당 3원, 연간 5원인 연료비 연동제 상·하한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분기 인상 폭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름 값·가스요금·전기요금이 모두 오르면서 물가 인상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영향을 국내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 에너지 절약 측면에서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에너지 분야 교수는 “휘발유·경유 가격이 오르면서 운전을 줄이는 효과가 나오고 있지만, 전기의 경우 가격이 그대로다 보니 소비자들이 전기 절약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며 “비싸게 전기를 만들어 싸게 팔다 보니 한전의 적자가 더 심해지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