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원유·석탄·가스 등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서민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가 민간 발전사보다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LNG(액화천연가스)를 수입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LNG 수입 가격은 가정·기업이 사용하는 도시가스 요금뿐 아니라, LNG 발전소 원가에 반영돼 전기 요금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다. 세계 최대 LNG 수입 업자인 가스공사가 가격 협상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박 대 선박(STS) 방식의 LNG 벙커링 작업을 수행하는 한국가스공사 벙커링 선박. 2022.6.15 /한국가스공사

15일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실에 따르면, 올 1월 가스공사는 mmbtu(열량 단위)당 평균 24.46달러에 LNG를 수입해 평균 11.93달러인 민간 직수입 업체 도입가의 두 배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공사 수입 터미널이 있는 인천·삼척·평택·통영과, 포스코에너지·SK E&S·GS EPS 등 민간 업체 터미널이 있는 보령·광양의 LNG 통관 가격을 비교한 수치다. 가스공사와 민간 업체들의 LNG 도입 가격 차이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 1분기 전체를 놓고 보면 민간 업체(12달러)는 가스공사(20달러)의 60% 수준 가격에 LNG를 들여왔다. 2019년 1월부터 올 4월까지 40개월간 가스공사와 민간 업체들의 수입 가격을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현물 가격이 30달러에 육박했던 올 1월과 달리 2달러대까지 크게 떨어졌던 2020년 2월에도 가스공사는 민간보다 30% 이상 비싼 가격에 가스를 사 왔다. 현물 가격이 높든 낮든 상관없이 더 비싼 값에 구입한 것이다. 연간으로 따져도 코로나 전인 2019년이나 코로나 충격이 컸던 2020년 모두 가스공사는 민간 업체보다 30% 이상 비싸게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도 가스공사 도입가는 20% 비쌌다.

가스공사는 세계 최대 LNG 수입 업체다. 우리나라는 나라별 LNG 수입에서는 일본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지만 다수 업체가 경쟁하는 일본·중국과 달리 가스공사가 국내 도입 물량의 90%를 담당하면서 사실상 독점 체제이기 때문이다. 가스공사는 국내 도시가스 시장에서는 100%, 발전용 LNG 시장에서도 85%라는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가스공사가 민간 업체보다 비싼 가격에 LNG를 수입해온 데 대해 전문가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가스공사의 계약 관행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한다. 또 가스공사가 도시가스 업체와 발전사에 LNG를 의무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조항도 가격 협상력을 낮추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 푼이라도 싸게 사려는 민간 기업과 달리 LNG 물량 확보에만 매달리다 보니 큰손으로서 구매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해외 LNG 판매 업체들도 이런 가스공사의 약점을 알고 있어 오히려 협상에서 불리하다는 말도 나온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과거부터 가스공사가 LNG를 너무 비싸게 사는 바람에 일본 업체들이 불평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독점적 구매력을 갖고도 더 비싸게 사는 현실에서 근본적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는 민간 업체가 싸게 사들인 LNG가 충분히 있어도 다른 발전사에 팔지 못한다”며 “결국 경쟁 체제를 갖추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 측은 “안정적 수급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보니 고가 매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편 7월 가스 요금 인상에 이어 전기 요금도 오를 전망이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이날 기획재정부와 전기 요금 인상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박 차관은 “전기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뒤로 밀릴수록 부담이 커지고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정부는 탈원전 도그마가 있어서 전기 요금을 어느 정도 인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도 억누른 부분이 있다”며 “올려야 할 때 동결하면서 제대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한 상태로 새 정부가 출범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