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식량 공급망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식량 대부분을 수입해 가공·소비하는 한국도 식량 공급망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달 초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밀가루 제품.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5월 국수, 밀가루, 식용유 등 가공식품 물가 지수는 109.19로, 1년 전보다 7.6% 올랐다. 밀, 팜유 등 가격 상승 영향으로 국수, 소금, 밀가루, 식용유 상승폭이 컸다. /뉴스1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올해 들어 세계 각국의 식량·비료 수출 제한 조치가 57건이라고 20일 밝혔다. 이 중 45건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시행됐다. 소맥(18건)·대두유(10건)·팜유(7건)·옥수수(6건) 등이 주요 품목이었다.

이날 무협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주로 식량을 수입해 이를 가공·소비하기 때문에, 국제 식량 공급망이 흔들리게 되면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20년 기준 국내 산업에서 사용하는 원료 곡물의 수입산 비중은 79.8%, 주요 식량인 소맥·옥수수·팜유·대두유의 국내 자급률은 0~1% 수준이다.

올해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한 국가에서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식량은 칼로리 기준 전체 수입량의 11.6% 정도다. 하지만 국제 식량 가격이 전체적으로 올라가면서 수입 가격 및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러시아·중국 등의 비료 수출 제한 조치 역시 식품업계 전반의 비용 증가 요인이 되고 있다.

무협 분석 결과 주요국의 식량 및 비료 수출 제한 조치 이후 곡물, 유지, 비료 가격은 각각 45%, 30%, 80% 인상됐다. 이는 국내 사료(13.6%), 가공 식료품(6.1%), 육류 및 낙농품(6%)의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곡물·식량 작물(3.9%), 채소·과실(3.2%) 등 농산물도 가격이 올라갔다.

무협 김나율 연구원은 “식량 공급망 교란은 우리나라의 무역수지와 기업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면서 “식량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서는 관련 통계를 구축해 사전에 위험 품목을 파악하고 수입대체선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