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전자 계열사 사장들이 20일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삼성그룹이 2017년 2월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전자 계열사 사장단 회의 개최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날 회의는 삼성전자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열려 눈길을 끌었다.
지난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약 2주 동안 글로벌 시장 상황을 점검한 뒤 귀국길에 “시장에 여러 가지 혼돈과 변화, 불확실성이 많은데, 우리가 할 일은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 직후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후속 대책 마련 등을 위해 사장단 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삼성 사장단은 인플레이션과 전자제품(IT) 수요 급감 등 글로벌 위험 요인을 점검하는 한편 미래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 개발과 공급망 안전성 강화, 재정 건전성 확보 등의 대책을 폭넓게 논의했다. 한 부회장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변화의 흐름을 읽고, 특히 새로운 먹거리를 잘 준비해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며 “기술로 한계를 돌파해 미래를 선점하고, 우수 인재 확보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문은 삼성그룹이 기존 주력 사업 분야에서는 한계에 봉착하고, 신사업은 아직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태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겹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 스마트폰의 작년 시장점유율은 21%로 5년 전인 2016년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래 성장 산업으로 꼽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현재 파운드리에선 TSMC, 시스템반도체에서는 퀄컴 등 기존 강자에 비해 점유율이 크게 뒤지고 있다.
특히 사장단은 ‘차세대 기술 개발’ 관련 논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사장단은 삼성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기술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며 “각 계열사들은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한 중장기 기술 로드맵을 재점검하고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마련해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3시 넘어까지 8시간 넘게 마라톤 회의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는 한 부회장을 비롯해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 담당 사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등 전자 계열사 경영진 25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