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알리바바의 해외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는 오는 27일 수백억원의 보조금을 투입해 한국 소비자 전용 할인 행사 ‘꽁돈대첩’을 개최한다. 2018년 한국에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소비자만을 위한 대규모 할인 행사를 여는 건 처음이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신규 가입자도 늘리고 샤오미 소형 가전과 저가 액세서리·패션에 집중된 한국 소비자들의 구매 상품군을 넓히겠다는 계산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네이버페이 간편결제도 도입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한국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중국 시장이 포화되면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알리바바에 구매력은 높고 물류비는 낮은 한국 시장이 돌파구로 떠오른 것이다. 한국은 알리바바의 국가별 매출 순위에서 200여 국 중 7위다. 알리익스프레스 한국인 월간 활성 이용자(MAU)도 212만명에 이른다. 장카이푸 알리바바 부사장이 지난 4월 내부 행사에서 알리익스프레스의 주요 시장으로 스페인·프랑스·브라질·한국·미국을 꼽으며 한국을 미국보다 먼저 언급했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화물연대 총파업이 벌어졌을 때 알리바바 한국지사가 중국 본사에 실시간 동향 보고를 했을 만큼 알리바바는 한국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韓 소비자 전용 할인행사...서울 인근엔 배송센터
알리바바는 한국 시장 내 물류 속도 높이기와 판매자 확보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우선 한국 고객들의 최대 불만이었던 긴 배송 기간을 기존 15일에서 최근 5일로 단축했다. 알리바바 물류 자회사 차이냐오는 지난 3월 서울서 한 시간 거리에 한국 내 첫 물류센터(1500㎡ 규모)를 열었다. 중국 물류 거점인 산둥성 웨이하이시에서 한국 수도권 배송지까지 최소 3일, 평균 5일 안에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숀 루이스 차이냐오 글로벌 총괄은 “한국 물류센터 개설은 한국 사업의 이정표”라고 했다. 장융 알리바바 회장이 ‘해외 사업의 기술 지원군’으로 묘사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자회사인 알리바바 클라우드도 중국 기업 최초로 지난 3월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오픈했다.
또 해외 기업 간 거래(B2B) 인터넷 쇼핑몰인 알리바바닷컴은 올 상반기에만 10차례 이상 한국 판매자 모집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했다. 지난해엔 매월 한 번꼴이었는데 횟수를 2배로 늘렸다. 알리바바닷컴에서 한국 상품이 차지하는 판매 비중은 20%, 판매처는 1000여 곳 수준. 해외 매출 증대가 절실한 알리바바로선 라면을 포함한 한국산 인스턴트 식품, 건강기능식품, 뷰티용품 공급을 확대하는 게 급선무다. 알리바바는 최근 항저우 본사에서 근무하는 한국 사업 담당자들에게 현지에서 뛰라며 한국행을 권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비는 싸고 구매력은 높아
알리바바가 한국 시장 공략에 발벗고 나선 것은 중국에서 가까워 물류비가 적게 드는 데다 한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세계 5위이며, 전체 소매 판매액 중 전자상거래 비율은 25.9%로 중국(24.9%)보다 더 높다. 최근 쿠팡이 저돌적으로 해외 직구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어 국내 직구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도 유리한 국면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이 포화되고 알라바바의 큰손이었던 러시아·동남아 시장 판도가 급변한 것도 한국 시장의 몸값을 높였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징둥닷컴·핀둬둬·더우인 등이 급성장하면서 알리바바의 시장점유율은 2015년 78%에서 지난해 47%로 떨어졌다. 알리바바는 결국 작년 말 해외 시장 공략으로 사업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게다가 올 초 알리익스프레스의 핵심 시장인 러시아(연간 거래액 3조8000억원)가 서방 제재를 받게 되고, 알리바바의 자회사 라자다가 주력 시장인 동남아에서 중국 경쟁사들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이 체리피킹(고객이 한 회사의 상품 중 특정 상품만 고르는 현상)에 익숙해 할인 공세에 나서면 점유율을 높일 기회가 있다는 게 알리바바의 계산”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