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달 초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미콜라이우에 있는 곡물터미널 운영을 부분 재개했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운영을 중단했던 곳이다. 세계 4위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수출량이 전쟁으로 급감하면서 곡물 공급망 붕괴를 우려한 고객사들이 터미널 운영 재개를 요청한 것이다.
곡물 터미널은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육로로 곡물을 운송하고 있다. 흑해 항만이 봉쇄됐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 지대에서 동유럽으로 실어 나른 후 다시 선박으로 북아프리카·중동 등지로 운송하고 있다. 이달 초 밀 2000t을 우선 출하했고, 현재 11만5000t의 밀·옥수수·보리 등이 터미널에 보관돼 있다. 회사 관계자는 “육로로 운송하느라 출하량이 많지 않지만 매일 2000~3000t의 곡물을 출하하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시대에 종합상사들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요소수 대란부터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곡물·에너지 대란, 리튬·니켈 같은 배터리용 광물 선점 혈투,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제한 등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드는 잇단 악재들 속에서도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와 에너지·자원 분야에 풍부한 투자 경험을 보유한 종합상사들이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종합상사가 돌아왔다
종합상사들은 원자재 대국들의 돌발적인 금수 조치 때마다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4월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금지 때다. 인도네시아의 수출 금지 이유는 자국 소비 물량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 여파로 지난달 국내 수입 가격은 t당 1649달러까지 뛰었다. 1년 전의 2배 이상이다.
하지만 국내 종합상사들은 팜유 거래에서 상당한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LX인터내셔널·포스코인터내셔널·삼성물산 상사 부문 등 국내 상사 빅3 모두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팜농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팜유 사업 등 투자 법인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8% 상승한 345억원을 기록했다”고 했다. 지난해 요소수 품귀 사태 당시에도 종합상사들은 해외 곳곳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규모의 요소수 물량을 확보했다.
◇에너지·자원 투자에서도 성과 거둬… 1분기 실적 사상 최대
에너지와 각종 자원 부문에서도 상사들의 선제적인 투자가 빛을 보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호주·인도네시아 등에서 석탄 광산을 운영하고 있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에서 천연가스 사업을 하고 있다. 선제적인 투자 덕분에 두 회사는 에너지 가격 급등 국면에서 특수를 누리고 있다. 삼성물산 상사 부문은 미국 태양광 사업과 청정 수소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4월 인수한 호주 에너지 기업 세넥스에너지를 통해 가스전과 친환경에너지 사업 확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른 전기차 배터리 관련 광물 투자도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니켈 매장량·채굴량 모두 세계 1위인 인도네시아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지난 4월 LG에너지솔루션·LG화학·포스코홀딩스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합류해, 전기차 배터리 원료 공급부터 배터리 생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LX인터내셔널은 니켈 채굴을 맡았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포스코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소재 음극재의 원료가 되는 천연 흑연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종합상사들의 활약은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분기 LX 인터내셔널은 매출 4조9181억원, 영업이익 2457억원,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매출 9조9123억원, 영업이익 2160억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삼성물산 상사 부문도 매출이 작년 1분기보다 53% 증가한 5조7800억원, 영업이익은 126.2% 증가한 1900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