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이달 초부터 파업에 들어간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 소속 근로자들이 22일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에서 생산 중인 선박을 점거했다. 이들의 파업으로 인해 선박을 물에 띄우는 진수 작업이 지난 주부터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하청지회 소속 근로자 6명은 이날 오전 거제 옥포조선소 1도크에서 생산하던 초대형 원유 운반선 내부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근로자 1명은 아예 가로·세로 1m 크기의 철골 구조물 안으로 몸을 웅크리고 들어간 상태다. 안전 문제 때문에 1도크에 물을 채우지 못하면서 진수 작업도 중단됐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진수 작업 중단으로 공정이 지연돼 인도가 늦어질 경우 수백억원의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 하청지회 근로자들은 임금 30% 인상을 요구하면서 지난 2일부터 조선소 내부에서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 근로자들은 고용 계약을 맺고 있는 협력업체와 임금 협상을 해야하는데, 협력업체들은 이들이 요구하는 임금 인상률이 너무 커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 협력사 대표 15명은 지난 21일 거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조선기자재 가격 급등,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물류난으로 지난해 1조 7000억원에 이르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하청지회 근로자들은 협력사의 지불 범위를 벗어나는 임금 30%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력업체들에 따르면 하청지회 근로자들은 에어호스(밀폐된 공간에서 산소 등을 공급하는 장비)를 절단하고, 불법행위를 막는 직원들을 향해 소화기를 분사하거나 용접 작업장에 신나통을 투척하는 방식으로 파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가해자 전원을 고소·고발하고 이번 사태로 발생한 매출 손실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해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