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늦은 건 아니지만, 경쟁국이 일찍 시작해 앞서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열심히 뛰어 골인 지점에는 먼저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0일(현지 시각)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열린 프랑스 파리를 찾았다.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위원회 공동 위원장인 최 회장은 21일 오전 열리는 유치 후보국의 두 번째 프레젠테이션에 참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최 회장은 이날 한국 특파원단과 만나 “재계가 모든 역량을 가동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이 각각 강점이 있는 분야와 지역을 나눠 열심히 뛰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SK그룹 ‘WE(월드엑스포) TF’에서 미주·일본·서유럽을 담당하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과 함께 각국 대표들을 대상으로 ‘부산 엑스포’ 지지를 호소했다.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도 파리를 찾아 삼성그룹이 맡은 30여 국가 대표들을 상대로 설득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2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최태원(맨 오른쪽) 대한상의 회장, 한덕수(오른쪽에서 둘째) 국무총리가 로버트 클라크 2027년 미국 미네소타 박람회 유치위원장을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 월드컵·올림픽 버금가는 61兆 엑스포 유치 총력전…200국 3000만명이 찾아

엑스포는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국제 행사로 꼽힌다. 전 세계 200국 3000만명 이상이 찾아 경제 효과는 61조원으로 추정된다. 2030 엑스포 유치 경쟁은 한국(부산),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 이탈리아(로마) 3파전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오일 머니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유치 활동에 나서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야시르 오스만 알루마이얀 아람코 회장 겸 사우디 국부펀드 총재가 전용 비행기·유람선까지 띄워 섬나라 국가를 중심으로 공략하고 있다. 2030 엑스포 개최지는 내년 11월 BIE 총회에서 170국 회원사 비밀투표로 결정되는데, 1국이 1표를 행사한다.

2019일 6월 26일 방한한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가 SK그룹 최태원 회장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SPA

최태원 회장은 “사우디가 굉장히 빨리 움직이고 있고 행사 유치 의욕도 대단하다”며 “사우디와 경쟁이 관건”이라고 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 왕실 인사는 아프리카 국가 대통령을 만나 “리야드 엑스포 성공을 위해 당신 나라에 가능한 한 모든 지원과 투자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170 회원국 중 80국이 공식 지지를 선언했고 7국은 서면으로, 20국은 구두로 지지를 선언했다”며 “총 107국이 우리를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 재계도 사우디아라비아 지지 국가가 최소 40국에서 최대 80국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로선 한국이 열세인 구도다.

◇사우디의 오일머니 vs 삼성·SK 반도체 등 한국 대표 기업 저력

이에 맞선 우리나라 전략은 삼성·SK의 반도체, 현대차의 자동차, CJ의 K콘텐츠 등을 활용한 득표전, 해외영업망을 통한 홍보 총력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에 참여한 국내 11개 주요 기업은 공략 국가를 분담해 500일간 총공세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최 회장은 주요 그룹에 SOS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 여수 엑스포 등 유치전 경험이 있는 삼성·현대차그룹에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중순 정현호 부회장을 중심으로 30~40명 규모의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 TF를 가동했다. TF에는 해외 사업 경험이 풍부한 마케팅 전문가 등이 참여해 공략 국가별 홍보 전략 등을 짜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엑스포 특사’로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삼성은 다음 달 중순 피지에서 열리는 ‘PIF(태평양도서국포럼) 정상회의’에 맞춰 이 부회장 출장을 검토했지만, 재판 일정 등으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PIF 회원 18국 중 11국이 BIE 회원국이다.

◇”골인 지점에는 우리가 먼저”

현대차는 지난해 말 비상설 조직으로 TF를 출범시키고 그룹 차원의 유치 지원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유치 지원을 위해 해외 각국에 있는 판매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유럽 출장 중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리는 세계소비재포럼 글로벌 서밋에 참석해 부산엑스포를 홍보하고 있다. 신 회장은 코카콜라, 월마트 등 글로벌 그룹 최고경영자들과 함께하는 별도 비즈니스 미팅에서도 엑스포 개최 최적지로서 부산의 역량을 집중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