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하면서 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차손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항공업계, 원자재 수입 비용 증가로 적자 위기에 놓인 중소기업에선 “비상 상황”이라며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항공업계는 환율이 올랐을 때 직격탄을 맞는 대표적 업종이다. 항공기 장기 리스 비용뿐 아니라 항공유 구매 비용도 모두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를수록 타격을 입는 것이다. 대한항공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순 외화부채는 약 41억달러(약 5조2000억원)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410억원의 환차손이 발생한다. 같은 조건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약 284억원의 환차손을 본다.
여전히 적자 폭이 큰 저비용 항공사(LCC)의 경우 양대 대형 항공사에 비해 항공기 리스료 부담이 더욱 크다. 한 LCC 관계자는 “환율 상승이 계속되면 항공기 리스 확대를 자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보유 항공기 수 자체를 줄여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항공업계는 또 “환율 상승에 따른 영업비용 증가도 문제지만 해외여행 심리가 위축되는 것도 큰 악재”라고 우려하고 있다.
원자재를 단기로 계약해 수입하는 중소기업도 울상이다. 특히 목재, 펄프, 섬유, 플라스틱 등을 수입해 가공하는 중소업체들의 피해가 크다. 살균 티슈를 만드는 중소기업 아이리녹스의 엄정훈 대표는 “원자재인 천연펄프를 100% 수입해서 쓰는데, 펄프값이 이미 20% 이상 오른 상태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환율까지 뛰어서 죽을 맛”이라며 “지난해 톤(t)당 150만원 하던 게 지금은 200만원씩 해서 수입은 사실상 포기했고, 업종 변경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수출입 중소기업 508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환율 급등으로 피해를 봤다는 중소기업이 30.5%에 달했다. 이익을 봤다는 기업은 19.1%에 그쳤다. 고환율로 인한 피해(중복 선택)로는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78.1%)가 가장 많았고 ‘물류비 부담 증가’(43.2%) ‘거래처의 단가 인하 요구’(20%)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