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올 1월 일본보다 78% 비싼 가격에 LNG(액화천연가스)를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공사가 비싼 가격에 LNG를 수입하면서 우리나라 전체로는 평균 60% 비싸게 수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각각 세계 2위, 3위 LNG 수입국이다.
23일 본지가 한국무역협회 수출입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 1월 우리나라는 t당 평균 1138달러에 LNG를 수입했지만, 일본은 같은 기간 714달러에 사들였다. 한국이 약 60% 비싸게 도입한 것이다. 국내 민간 업체들은 일본보다 13% 싼 620달러에 수입했지만, 가스공사가 일본보다 78% 비싼 1271달러에 사들였기 때문이다. 국내 민간 업체의 2배 가격에 LNG를 수입해온 가스공사가 우리와 같이 LNG 수요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같은 현물 가격 기준을 쓰는 일본보다도 지나치게 비싸게 수입해온 것이다.
가스공사를 비롯한 우리 기업들은 지난 1월 LNG 500만t을 약 57억달러에, 일본은 679만t을 48억달러에 수입했다. 2019~2021년 수치를 비교해도 가스공사는 해마다 일본 기업들보다 비싼 가격에 LNG를 수입했다.
가스공사는 세계 최대 LNG 수입업체다. 그런데도 국내 민간 업체보다 LNG를 지나치게 비싸게 수입해왔다는 지적에 가스공사는 “민간 업체가 국제 LNG 가격이 싸면 직수입하고, 비싸면 가스공사에서 물량을 받기 때문에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비싸게 수입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과 달리 가스공사는 겨울철 LNG 재고가 부족해 오히려 민간 업체에 LNG를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발전업계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겨울철 가스 재고가 부족해지자 2018년 25만t, 지난해 49만t, 올해 69만t을 민간 업체에서 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스공사에서 공급받으면 가스공사 도입가의 140%를 지급해야 한다는 벌칙 규정이 있다”며 “이보다 해외에서 현물을 사는 게 싸기 때문에 가스공사에서 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간 업체들은 LNG 가격이 급등한 올 1월 전년 대비 60% 이상 수입량을 늘렸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가스공사는 비축 의무와 계약 시점 등을 이유로 들며 민간보다 비싸게 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지만, 일본과 비교해서도 결코 싸게 도입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가스 계약의 비밀 유지 조항으로 견제나 감시가 불가능한 사각지대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