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전남 영암 대불산단 내 선박용 대형 블록 제작 업체 유일의 실내 조립동. 최대 300여 명이 일할 수 있는 규모의 작업장에선 근로자 30여 명만 일을 하고 있었다. 바로 옆 실내 조립동은 창고로 변한 지 오래였다. 야외 작업장에도 작업 중인 근로자는 단 2명뿐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삼호중공업에서 받은 일감의 납기일(11월 20일)을 맞추려면 지난달 이미 작업을 시작했어야 하는데 인력이 없어서 한 달째 착수조차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불산단은 울산·거제 다음으로 큰 조선 산업단지로, 국내 대형 조선소의 협력업체들이 몰려있는 곳이다. 하지만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이 상반기에만 연간 수주 목표액의 60~70% 이상을 달성했다’는 희소식을 이곳에선 체감할 수가 없었다. 현장 업체들은 대기업에서 발주하는 일감을 처리할 인력이 부족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한 대불산단 입주 업체는 “물 들어오는데 노를 저을 사람이 없다”며 “주문이 들어와도 일손이 부족해 작년 9월부터 이달까지 포기한 일감만 14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장기 불황을 겪었던 한국 조선이 최근 대형 수주가 잇따르고 있지만, 몰려오는 일감을 소화해야 할 현장의 조선 업체들은 인력난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 3D(dirty·difficult·dangerous) 기피와 긴 불황 탓에 건설 등 다른 분야로 이직한 근로자들이 조선 현장에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협력업체를 포함한 국내 조선소 인력은 2014년 말 20만3441명에서 지난해 말 9만2687명으로 감소했다. 협회는 수주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올해 하반기 조선소 현장의 생산 기능 인력(협력업체 제외) 4만7000명이 필요하지만 현재 인력은 3만8000명에 그친다고 밝혔다.
김탁 전남조선해양기자재협동조합 전무는 “한때 우리 근무복이 자부심의 상징처럼 여겨질 때도 있었다”면서 “조선 업계를 떠난 중장년층부터 복귀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