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 회장. /김연정 객원기자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4월 ‘포스코는 국민기업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사내 교육용 이메일을 보낸 것이 알려져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당시 포스코홀딩스 경영전략팀은 임직원들에게 “포스코가 민영화 완료된 지 20년 이상 경과됐는데도 여전히 국민기업이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회사 정체성을 왜곡하고 다른 민간 기업 대비 과도한 책임과 부담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며 “더는 국민기업이란 이름으로 포스코를 향한 부당한 간섭과 과도한 요구는 없어져야 한다”고 썼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포항 지역 여론이 크게 요동을 쳤습니다. 지역 언론들은 최정우 회장을 겨냥해 “자기 회사의 역사와 전통, 정신에 무관심할 뿐 아니라 자리 보전에만 연연한다”고 정면 비판했습니다. 여기에 포스코 창립 멤버 6명도 “포스코 정체성을 훼손하는 현 경영진의 진정한 자성을 촉구한다”고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최 회장이 이달 초 포스코홀딩스 고위 임원들, 주요 계열사 사장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포스코는 국민기업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또다시 강하게 펼쳤다고 합니다. 최 회장은 포스코는 주주가 있고, 주주가 선임한 경영자가 경영하는 민간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치권과 지역사회에서 포스코를 국민기업으로 규정하는 것은 주인 없는 회사이기 때문에 포스코 경영에 개입하려는 것으로 사적 이익을 추구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국민기업’ 포스코의 역대 회장들은 정권이 바뀌면 임기를 끝까지 못 채우고 중도에 교체되는 흑역사가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출범 직후 당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을 각종 청와대 행사에서 배제했고, 결국 중도 사퇴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권에서 그런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최 회장이 “국민기업이 아니다”라고 거듭 주장하자 업계에서는 뒷말이 무성합니다. 2024년 3월까지인 임기를 다 채우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3연임을 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포스코가 윤석열 정부와 가까운 사람들을 잇따라 고위직으로 영입한 것을 두고도 이런저런 뒷말이 나옵니다.

포스코의 흑역사는 더 이상 반복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시절 회장에 선임됐다’는 프레임을 깨기 위해 “포스코는 국민기업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면 그건 차원이 다른 얘기입니다. 한국 산업 성장의 기틀이었던 포스코가 국민기업이라는 영광스러운 호칭을 벗어던지려는 것에 대해 고 박태준 회장은 뭐라고 하실지 새삼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