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돌며 전국 곳곳에서 열대야가 나타나자 전력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오지 않은 6월에 이례적으로 전력 공급예비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공급예비율은 추가로 공급할 수 있는 여유 전력을 뜻한다.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와 장마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2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전력수급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2022.06.27. /뉴시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22일 10%대 초반이던 전력 공급예비율은 23일에는 9.5%까지 떨어졌다. 공급예비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이 시기 최대 전력 수요도 작년 같은 시기보다 10% 이상 늘었다. 올해 6월(26일까지) 평균 최대 전력 수요는 6만9928MW(메가와트)로, 2003년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후 6월 평균 최대 전력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공급 예비 전력이 1만MW 이상, 예비율 10% 이상이어야 일부 발전기의 돌발 정지 등 사고가 발생해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본다.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데도 공급예비율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전력 수요가 최고조에 달하는 7~8월에는 전력 공급예비율이 더 떨어져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에선 이미 전력난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마츠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최근 각료회의에서 “올여름 생활과 경제활동에 지장 없도록 가능한 한 전국에서 에너지 절약에 협력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도쿄 등 지역의 7월 전력 공급예비율이 3.1%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가동을 멈춘 원전들의 재가동이 지지부진한 데다, 노후화된 화력 발전소도 잇따라 가동을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올여름 전력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공급예비율이 10% 밑으로 떨어져도 예비 전력 설비는 10GW(기가와트) 정도인데, 이 정도면 거의 원전 10기에 맞먹는 양”이라며 “신한울 1호기도 시험 가동이 시작된 만큼 올여름 전력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종식 국면에 접어들었고, 가파르게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감안할 때 예상치 못한 불볕더위나 발전소 가동 중단과 같은 돌발 상황이 벌어질 경우 전력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