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의 단조품 열처리 업체 삼흥열처리 주보원 대표는 29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전기 요금이 계속 올라 골치가 아프다”는 말을 연신 반복했다. 한국전력공사는 7월부터 전기 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5원 인상한다고 지난 27일 발표했다. 주 대표는 “지난 4월에 전기 요금 인상으로 매달 전기 요금 부담이 4000만원가량 늘어났다”며 “3분기와 4분기에 전기 요금이 또 오르면 한 달 전기 요금이 올해 초 대비 1억원 가까이 늘게 생겼다”고 했다. 한전은 지난 2분기에 이미 전기 요금을 kWh당 6.9원 인상했고, 7월부터는 kWh당 5원을, 4분기에도 4.9원을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주 대표는 “6월부터는 여름철 계절 할증 요금이 붙어서 전기 요금만 한 달에 6억5000만원 정도를 내고 있는데, 여기서 매달 1억원씩 더 내야 하는 것”이라며 지금 전기 요금이 생산 원가의 33%를 차지하는데 이렇게 오르면 40%까지 올라가 사업을 계속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2~4분기 전기 요금이 연이어 오르면서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주물·열처리·금형 등 뿌리 중소기업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 뿌리 중소기업들은 전기로를 이용해 1500℃ 이상 고온에서 쇳물을 가공하는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뿌리 기업의 생산 비용에서 전기 요금의 비율은 최대 30%에 이른다.

◇내일부터 kWh당 5원 또 인상… ‘뿌리산업’ 주물·열처리 중소기업 “연말까지 전기료 월 1억 오를 판”

경북 경주의 한 자동차 부품 생산 업체 대표는 “지금 내는 전기 요금이 매달 6억~6억5000만원인데, 7월 전기 요금 인상 폭을 따져보니 이번에만 전기료 부담이 5%가량 늘어난다”며 “원자재 가격이 오른 건 납품 가격에 반영해달라고 거래처에 말이라도 해보겠지만, 전기 요금 오른 건 누구한테 얘기해야 하느냐”고 했다. 그는 “전기 요금을 올리는 거야 어쩔 수 없다지만 결국 중소기업들은 그 부담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4분기 전기 요금 인상 폭이 당초 예고된 것보다 커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원유·가스 가격이 치솟아 한전이 올해 천문학적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한전이 예고했던 kWh당 4.9원의 인상 폭은 적자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3분기에도 한전은 연료비 상승분을 고려하면 전기 요금을 kWh당 33.6원 올려야 한다고 했지만, 전기 요금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5원 인상으로 결정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선별적 지원책 마련해 달라” 호소

중소기업중앙회는 전기 요금 인상에 대해 “지난해부터 광물,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데 이어 환율마저 1300원대에 육박하는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며 “여기에 전기, 가스 등 공공 요금까지 잇따라 오르면서 코로나 장기화로 활력을 잃은 668만 중소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정책본부장은 “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제조원가에서 전기 요금의 비율이 워낙 높은 열처리 등 일부 업종은 생태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아직 중소기업들의 전기 요금 부담 급증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여름, 겨울의 할증 요금 적용 기간을 1개월씩 단축하거나, 뿌리 산업에 한정해 전기 요금을 낮춰 적용해주는 ‘뿌리 산업 전용 요금제’ 도입 등을 요청하고 있다. 한전은 “일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전기 요금 체제를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한전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정부 차원의 다른 지원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9일부터 매주 개최하는 ‘기업 리스크 대응 TF’ 회의에서 지원 방안을 논의해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