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산 현장에서 노조의 불법 점거나 도를 넘는 생산 방해 행위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 같은 행위를 주도하거나 가담해도 회사에서 해고되거나 처벌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의 해고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고, 법원도 근로자 쪽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불법 행위에 대한 공권력의 대응도 미온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로서는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는 게 유일한 대응 수단이지만 노조가 임단협의 전제 조건으로 소송 취하를 내걸면 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미국 등에선 업무 능력 부족이나 직장 내 질서 교란과 같은 다양한 사유에 따라 해고를 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이 같은 사유로 해고를 할 수 없다”면서 “법원도 해고의 정당한 이유를 매우 좁게 해석해 기업들이 불법 파업 가담자를 해고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설령 해고를 한다 하더라도 나중에 부당 해고라는 법원·노동위원회 판단이 나오면 해고한 직원들을 복직시켜야 하기 때문에 기업들로선 리스크가 매우 크다”고 했다.
지난해 개정된 노조법에 대해서도 ‘노조친화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미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에서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조항 삭제 등 노조의 단결권 강화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경총을 비롯한 재계 단체들은 “노조의 단결권 확대는 안 그래도 기울어진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심화시켰다”는 입장이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한 경찰 등 공권력의 대응도 여전히 미온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직후인 지난 3월 10일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강성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산업계에선 “윤 대통령 취임 후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경찰은 노조와의 충돌을 우려해 불법 행위가 발생해도 여전히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조는 이미 공권력이 늑장 대응을 할 것이라는 학습 효과가 있어 회사가 고소·고발을 해도 무서워하지 않는다”며 “노조가 임단협 타결 등을 빌미로 불법 행위에 대한 고소, 고발 취하를 요구하면 회사는 따를 수밖에 없어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