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에서는 지난달 18일부터 배를 물에 띄우는 진수 작업이 전면 중단됐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협력업체 직원들이 임금 30% 인상을 요구하면서 독 내부에서 농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 업계에 따르면 현재 조합원 1명은 독에서 건조 중인 30만t급 초대형 원유 운반선에 철골 구조물을 만들어 그 속에 들어가 있고, 다른 6명은 선박 내부 난간에 올라가 농성 중이다. 나머지 조합원 약 120명(업계 추산)은 독으로 접근하는 이동로를 점거하고 있다고 한다. 원유 운반선 포함 독 안에서 건조 중인 선박 3척은 진수를 앞뒀지만 점거 노조원들의 안전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은 독에 물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파업으로 진수 작업이 중단된 건 회사가 생긴 1973년 이후 5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대우조선 근로자 8600명과 협력업체 근로자 1만1000여 명 중 단 7명이 1독 안 선박을 점거하고 120명이 독 진입을 막은 탓이다. 이들을 제외한 협력업체 근로자 99%는 이미 임협을 끝낸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1독은 동시에 배 4척을 건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라면서 “이번 파업으로 이미 매출 2500억원 손실이 발생했고, 사태가 오래가 앞으로 선박 인도가 한 달만 지연돼도 130억원이 넘는 지연 배상금까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제철·타이어·유통·화물·건설 등 주요 산업 현장에서 노조의 막무가내식 투쟁으로 사업장이 마비되는 일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로선 이런 무단 점거를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 재계 관계자는 “협력업체 직원들의 파업에 생산 현장 전체가 마비되어도 기업의 대응 수단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노동계로 기울어진 운동장 탓에 한국의 노사 관계는 이미 병들 만큼 병들었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의 국가 경쟁력 평가 노사 협력 부문에서 한국은 141국 중 130위였다. 2009~2019년 파업에 따른 연평균 근로 손실 일수는 한국이 일본의 193배에 달했다.
장정우 경총 노사협력본부장은 “그동안 불법 파업에 공권력이 느슨하게 대응한 결과 과격 파업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하고,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과 같은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