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이달부터 신입 사원 채용 과정에 AI 면접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서류 전형을 통과한 지원자들이 온라인으로 AI 면접 시스템에 접속해 각종 질문에 답하면, AI가 답변 내용뿐만 아니라 표정·행동·음성 같은 비언어적 요소까지 분석해 지원자의 성향과 역량을 평가한다고 합니다. 이 같은 AI 면접은 최근 기업 채용의 필수 절차로 자리 잡는 분위기입니다. AI 면접을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LG유플러스, 신한은행 등 600곳이 넘습니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면접이 확산되면서 AI 면접도 각광받고 있는 겁니다.

기업들이 내세우는 AI 면접의 주요 장점은 객관성입니다. 수많은 데이터를 토대로 하는 AI를 활용하면 면접관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적어 공정한 평가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요즘 MZ세대가 중요시하는 덕목 중 하나인 공정성과 관련된 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채용 지원자들은 기업들과 생각이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채용 플랫폼 잡코리아가 지난 4월 지난 1년간 구직활동을 한 구직자와 직장인 718명에게 물어봤더니 10명 중 6명은 AI 면접보다는 대면 면접을 더 선호한다고 답했습니다. 대면 면접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응답자 63.5%가 ‘가장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유를 꼽았습니다. 지난해 8월 잡코리아가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때도 AI 면접은 ‘초기 단계라 오류가 많을 것 같다’(46.9%) ‘검증 알고리즘이 정확한지 신뢰할 수 없다’(42.2%)며 신뢰성에 의구심을 나타낸 취준생들이 적잖았습니다. 실제 인터넷의 취준생 카페들에는 ‘입꼬리를 한쪽만 올리면 AI가 이를 경멸로 인식하니 조심하라’ 식의 조언들이 잇따라 오릅니다.

기업들도 “AI 면접은 평가 보조 수단이며 참조 차원에서 활용한다”고 합니다. AI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느냐를 아직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일 겁니다. 유행처럼 AI 면접이 확산되고 있지만 진짜 필요한 인재를 뽑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취준생들의 부담만 늘리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