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에서 한국형원전 APR1400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5일 내놓은 에너지정책 방향의 핵심은 원전 비율 확대, 화석연료 의존 축소, 재생에너지의 합리적 조정으로 요약된다. 지난 정부가 밀어붙인 탈원전 대못을 빼고, 급진적인 신재생 드라이브를 바로잡아 기후 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확 뜯어고치는 에너지 정책

정부는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기존 원전 운전 연장과 신규 원전 가동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전력 믹스(에너지원 구성) 내 원전 발전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24기였던 원전 수는 2030년 28기 이상으로 늘고, 원전 설비용량도 23.3GW(기가와트)에서 28.9GW로 커진다. 지난 정부가 발표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는 가동 원전이 2030년 18기로 줄고 발전 비율도 23.9%로 감축될 예정이었지만 이를 전면 수정하는 것이다. 현 정부는 2017년 10월 탈원전 로드맵으로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독자적인 소형모듈원전(SMR) 노형 개발에도 약 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고준위방사성 폐기물(사용후핵연료) 부지 선정을 위해 특별법을 마련하고 국무총리 산하에 전담 조직을 만들어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정부는 에너지 분야의 미래 성장동력인 수소 산업 육성을 위해 핵심 기술 자립을 추진하고, 생산·유통·활용 전주기 생태계를 조기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물 분해를 통한 그린수소 생산과 수소 연료전지, 수소선박, 수소차, 수소터빈 등 5대 핵심 분야 육성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정책도 손본다. 태양광·풍력(해상) 등 에너지원별 적정 비율은 오는 4분기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때 확정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송배전 등 보급 여건을 고려해 재생에너지 목표를 합리적으로 재정립할 것”이라며 “주민 수용성에 기반을 둬 질서 있게 보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이 차질 없이 이행되면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가 2021년 81.8%에서 오는 2030년 60%대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비축 확대 등 에너지 안보에 중점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불거진 에너지 공급망 불안과 국제 유가 급등 등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안보 전략도 강화하기로 했다. ‘자원안보 특별법’을 제정해 원유나 천연가스 등에 대한 비축 의무를 강화한다. 또 국가 차원의 자원 안보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기존 석유·가스·석탄 외에 4차 산업과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핵심 광물과 수소·재생에너지·우라늄 등으로 핵심 안보 자원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 비축유를 확대하는 한편 LNG(액화천연가스) 저장 시설을 늘리고, 희토류·리튬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비축 품목과 물량을 확대하기로 했다”며 “원유·가스의 중동 비중도 줄이고 민간 업체들의 LNG 직수입도 늘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해외 자원 개발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에너지 공기업의 자원 확보 기능을 재정립하고 민간의 자원 개발을 지원한다. 또 에너지 신산업 창출과 수출 산업화로 2020년 2500개 수준인 에너지 혁신 벤처기업을 2030년까지 5000개로 늘려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또 전기 요금의 원가주의 원칙을 확립하고, 전기위원회의 조직·인력을 보강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박일준 차관은 “에너지 정책을 공급 중심에서 수요 효율화 중심으로 전환하고, 시장원리에 따른 전력시장 정책의 틀을 마련했다는 것도 큰 의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