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노조 하청지회의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 불법 점거 사태가 40일 이상 이어지자 정부가 이번 사태를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중단을 촉구했다. 윤석열 정부가 개별 기업의 쟁의 행위에 대해 직접 사태 해결을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태로 대우조선해양은 5700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보고 있지만 하청지회는 ‘호황 때 수준으로 임금을 올려달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 “하청지회 불법행위 중단하라”

한덕수 국무총리는 14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조선업이 회복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너무나 안타깝고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라며 “위법한 행위가 계속된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조합원이 점거를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면 정부도 적극적으로 교섭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옥포조선소 1독 불법점거… “누적 손실 5700억” - 민주노총 금속노조 하청지회가 지난 13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을 불법 점거하고 있다. 이들이 임금 30%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달 초부터 독을 점거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은 5700억원의 누적 손실을 봤다. /대우조선해양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선박 점거 행위는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비조합원들의 피해를 당연시하는 노동운동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번 파업으로 선박 3척의 진수 또는 건조 작업이 중단돼 현재까지 약 5700억원의 누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선박 납기를 맞추지 못하면 조선업 전체 신뢰도가 저하돼 미래 선박 수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우조선해양에서는 하청지회가 1독을 점거하면서 배를 물에 띄우는 진수 작업이 지난달 18일부터 전면 중단됐다.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은 ‘생산 기타 주요 업무에 관련되는 시설’을 점거하는 형태의 쟁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협력 업체는 최근 경찰청과 대통령실 인근에서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금속노조는 경찰력이 투입되면 20일로 예정된 총파업을 앞당기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한편 14일엔 “대우조선해양 하청 업체 노동자 3명이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불법 파업 사태가 정부와 노동계의 대결 구도로 확산하는 것이다.

◇일감 늘어나는데 주52시간도 발목

하청지회는 작년 임금 실수령액이 2014년보다 31.7% 감소했다는 한 근로자 사례를 들어 임금 30%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조선소 협력 업체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자의 평균 시급은 2014년보다 30% 올랐다. 하지만 조선업 불황으로 일감이 줄면서 실수령액은 과거와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줄어든 사례가 나오고 있다. 협력 업체인 녹산기업의 권수오 대표는 “성과급 500만원씩을 줄 만큼 호황이었던 2014년과 비교해 가장 많이 임금이 감소한 한 사례를 들어 임금을 올려달라는데 불황 탓에 임금이 줄어든 걸 협력 업체들이 어떻게 보상해줄 수 있느냐”고 말했다.

협력 업체들은 올해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받는 기성금이 3% 정도 올랐지만, 물가 상승을 감안해 임금은 4~8%가량 올렸다. 협력 업체 근로자 1만1000여 명 중 98% 이상은 임금 인상에 합의했고, 1% 정도의 노조원들만 1독을 점거한 채 임금 30% 인상을 고수하고 있다.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의 지난 7년간 연평균 임금 인상률은 1% 미만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전면 도입한 주52시간제도 사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한 협력 업체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주52시간을 채울 만큼 일감이 없었던 게 사실이지만 올해는 대부분 공정이 초과 근무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주52시간제 탓에 일을 하고 싶어도 초과 근무를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일을 덜 하다 보니 과거보다 실수령 임금이 그만큼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3년 치 일감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대우조선해양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주 물량을 해소해야 하지만 파업으로 생산이 막혀 버렸다. 회사 관계자는 “1독 배들이 진수되지 못해 후속 건조 작업이 연쇄 차질을 빚으면서 최악의 경우 옥포조선소 전체가 마비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