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은 올 1월 5일 그리스 최대 해운사 안젤리쿠시스 그룹 산하 마란가스로부터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2척을 5021억원에 수주했다. 이어 같은 달 11일 세계 오일 메이저 중 하나인 미국 셰브론에서 심해 가스 전용 해양플랜트 1기를 6561억원에 수주했다.
연초부터 수주 낭보가 이어지면서 대우조선해양은 상반기에만 LNG 운반선 18척, 컨테이너선 6척, 해양플랜트 1기에다 성능 개량 작업을 맡은 잠수함 1척까지 총 26척·기, 59억3000만달러(약 7조8000억원)를 수주하며 올해 목표했던 수주액 89억달러(10조6000억원)의 67%를 달성했다. 2019~2020년 1년 치까지로 줄었던 수주 잔량도 덕분에 3년 치로 늘었다. 밀려드는 일감에 회사 전체가 수년간 이어졌던 불황의 늪을 벗어날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민주노총 금속노조 하청지회의 불법적인 독(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 점거 탓에 대우조선해양은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칠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하청지회가 지난달 초부터 불법 점거 중인 1독은 20만~30만t의 원유를 운반할 수 있는 초대형 원유 운반선 3척이 들어가는 세계 최대 규모 독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진작 진수했어야 할 선박을 포함해 건조 중이던 선박 세 척의 진수와 건조가 한 달 넘게 밀리면서 다음 차례 배들을 만드는 작업까지 줄줄이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연쇄적인 작업 지연으로 발생한 매출 감소분은 이미 5000억원에 달하고, 인건비를 포함한 각종 고정비 부담만 1000억원에 이른다. 노조가 점거 중인 선박을 비롯해 건조 중인 선박들의 인도가 줄줄이 늦어지면서 떠안게 될 지연 배상금만 매달 130억원으로 추정된다.
노조의 불법 점거가 장기화하면서 재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7일 “독(dock)이 마비되면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그로 인한 피해는 원청뿐 아니라 수많은 협력 업체와 근로자에게 미치게 된다”며 “하청지회는 우리 조선업과 경제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불법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업무에 선(先)복귀한 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