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노조 하청지회의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dock·배를 만드는 작업장) 불법 점거 사태 해결을 위한 노사 협상이 이번 주 안에 진전을 보지 못할 경우 대우조선해양이 무더기 계약 파기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옥포조선소에서는 하청지회가 48일째 1독을 점거해 진수 작업이 중단되면서, 지금까지 6130억원의 손해를 봤고 매일 매출 손실 260억원 포함 300억여 원의 추가 피해를 보고 있다. 하지만 당장의 피해보다 더 무서운 건 글로벌 선사들의 계약 파기 사태다. 조선 업계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선사들이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면서 “선사들도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차선책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옥포조선소에서 제때 배를 만들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대우조선해양에 계약 불이행 책임을 물어 계약 파기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수주 계약 줄줄이 깨질 수도
옥포조선소에는 총 5개의 독이 있다. 동시에 4척을 건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 1독과 동시에 2척을 건조할 수 있는 2독, 각 1척씩 건조할 수 있는 3~5독이다. 하청지회가 1독을 점거하면서 옥포조선소 독 가동률은 현재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문제는 1독 마비 사태가 다른 독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 임원은 “조선소는 컨베이어 벨트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면서 “1독에서 만든 배가 제때 인도되지 못하면 후속 블록 생산까지 연달아 차질이 생긴다”고 말했다. 현재 블록 공장에서는 1독 건조 선박용 블록을 만들어 조선소 내에 쌓아놓고 있지만 이 공간이 포화하면 결국 2~5독용 블록도 적재를 못 하기 때문에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1~5독의 선박 생산이 올스톱된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과 건조 계약을 한 해외 선사들의 감독관이 옥포조선소에 상주하면서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본사에 보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사들은 대우조선해양이 사전에 계약한 일정을 넘길 경우 계약을 취소할 권한을 갖는다. 이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배를 다 만들어 놓고도 돈을 물어주고 배도 따로 처분해야 한다.
지체 보상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달 인도 지연에 따른 지체 보상금을 지급한 선박은 5척이었지만 현재 12척으로 늘었고 다음 달 말에는 30척까지 늘어난다. 다음 달까지 지출해야 하는 지체 보상금도 누적 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1독 작업이 중단되면서 대우조선해양 정직원들은 일부 휴업에 들어갔다. 1독에서 일하는 야근 근로자 570명이 18일부터 이틀간 휴업을 시작했고 나머지 생산직 근로자 약 4300명은 18일부터 오후 3시에 조기 퇴근하고 있다.
◇하청지회 노사 간 협상 시작했지만…
독 점거를 주도한 하청지회는 협력회사협의회와 지난 16일부터 대화를 시작했다. 앞서 하청지회 요구로 대우조선해양 사측과 노조까지 참여한 4자 간 비공식 대화가 지난 15~16일 열렸고 곧바로 16일부터 18일까지 하청지회와 협력회사협의회가 협상을 했다.
조선업계에선 대우조선해양이 계약 파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이번 주 안에는 협력회사협의회와 하청지회 간 대화 과정에서 큰 틀의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23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회사 전체가 하계 휴가에 들어갈 예정이라 그 전에 파업 사태를 마무리지어야만 8월부터 정상적인 조업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전체 협력사 110여 곳 중 하청지회 조합원이 최소 1명 이상인 회사는 22곳이다. 22사에 소속된 근로자 2850명 중 하청지회 소속 근로자는 350명이다. 이들이 나머지 근로자들처럼 올해 임금 4.5~7.5% 인상에 합의하면 이번 파업 사태는 종료된다. 이들은 그동안 임금 30% 인상을 고수하다 18일 협상에서 임금 10% 인상으로 요구 조건을 낮췄다. 하지만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20일 총파업을 하면서 옥포조선소 앞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고, 민변을 포함한 4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23일 옥포조선소로 희망버스를 보내기로 해 파업 사태는 더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