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헤드헌팅 회사를 일자리를 단순 연결하는 것으로만 이해하는 사람이 많아요.”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헤드헌팅 회사 유니코써치 본사에서 만난 김혜양 대표는 "하루에 최소 두 사람은 우리 회사를 통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국내 최초이자 가장 오래된 헤드헌팅 회사인 유니코써치에 2000년 입사했고, 지난 2016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장련성 기자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헤드헌팅사 유니코써치 본사에서 만난 김혜양(55) 대표는 “헤드헌터는 전반적인 산업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업과 직무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통해 적확(的確)한 일자리를 추천하는 멀티 플레이어”라며 이렇게 말했다.

유니코써치는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국내 최초이자 가장 오래된 헤드헌팅 회사다. 유니코써치의 자원 관리 시스템 ‘유니비전’엔 20만명 넘는 인재 데이터베이스가 담겨 있다. 지난 30년간 2만명 넘는 인재에게 새로운 직장을 찾아줬다. 김 대표는 “하루 최소 두 사람은 우리 회사를 통해 제2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며 “신뢰가 높아 고객사 재수주율이 업계 최고인 70%에 달한다”고 말했다.

헤드헌팅회사 유니코써치 김혜양 대표./ 장련성 기자

◇‘미스 김’이 싫어 찾았던 회사, 20년 뒤 오너로

“제가 예전에 쓴 일기를 보니 ‘여기는 김혜양은 없고, 미스 김만 있는 곳’이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1990년대 초엔 여대생이 취업하면 대부분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김 대표는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국내의 한 기업 비서로 취직했지만 서류 작업 위주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더욱이 어엿한 직책이 있는데도 ‘미스 김’으로 불리는 것이 싫었다고 한다. 그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적을 것으로 보이는 외국계 회사로 이직을 원했고 공교롭게도 지금 자신이 대표로 있는 유니코써치를 통해 한 외국계 화학회사 영업직으로 옮겼다고 한다. 하지만 영어 실력 부족을 느낀 김 대표는 서른에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 어학연수를 떠났다. 1년 뒤 돌아왔더니 외환위기가 터져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한 헤드헌팅 업체 대표 권유로 지금의 일을 하게 됐는데 사람 만나는 걸 워낙 좋아해 적성에도 잘 맞았다”고 했다.

2000년 유니코써치로 옮긴 김 대표는 3년 만에 억대 연봉을 받는 ‘스타 헤드헌터’가 됐다. 그가 15년 동안 부문장으로 일하며 새 직장을 찾아준 사람만 4000여 명에 달한다. 고객사가 원하는 정확한 인재상을 파악하기 위해 전국의 산업단지를 돌아다녔고, 반도체 등 담당 분야에서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까지 쫓아다니며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동향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김 대표는 “단순히 인재를 추천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산업이나 직무에 대한 시장 동향까지 고객사와 공유하려 노력했던 점 덕분에 저를 다시 찾는 고객사들이 많았던 것 같다”고 했다.

2016년 김 대표는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회사를 물려줄 후계가 없어 고심하던 창업자 한상신 회장이 회사 인수를 제안한 것이다. 이듬해 유니코써치를 인수한 김 대표는 이후 5년 만에 회사 규모를 두 배로 키웠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장련성 기자

◇이직 성공 핵심은 ‘구체적인 자기 객관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후 IT 분야를 중심으로 이직이 활발해지면서 헤드헌팅 시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김 대표는 “팬데믹 이전엔 기업이 이직 후보자를 뽑을지 말지 결정하는 시장이었다면, 지금은 후보자가 이 기업에서 일할지 말지 결정하는 ‘후보자 중심 시장’으로 변했다”고 했다. IT 개발자 같은 특수 포지션의 경우 기업 오퍼를 받고도 거절하는 경우가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대이직 시대’라 하지만 김 대표는 잦은 이직은 오히려 경력 관리에 독(毒)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직장을 자주 옮기는 건 직무 경험이 충분할까에 대한 의심이 들게 한다”며 “최소 한 회사에서 3년 이상 재직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성공적인 이직을 위해서는 자신을 구체적으로 객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요즘 이직 희망자들을 보면 본인 역량보다 연봉 같은 조건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다”며 “눈앞에 보이는 조건에만 집착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자신의 경력에 도움이 되는 직장·업무인지 따져보라”고 말했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

2000년 유니코써치 입사

2016년 유니코써치 대표이사 취임

2017년 유니코써치 인수

2019년 대한상공회의소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