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을 받은지 2주 된 벤츠GLS 내부 상태라며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글. /네이버 카페
차량을 받은지 2주 된 벤츠GLS 내부 상태라며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글. /네이버 카페

구매한 지 2주밖에 되지 않은 벤츠 GLS 차량의 내부 부품이 부식된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된 차주가 사태 해결 과정에서 겪은 일을 적은 글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벤츠코리아 측에서 교환·환불 조건으로, 취득 과정서 이미 낸 세금 1500만원은 소비자가 그대로 떠안으라 했다는 것이다. 벤츠GLS 판매 가격은 1억4000만~1억6000만원이다. 벤츠코리아 측은 해당 사안이 실제로 서비스센터에 접수됐음을 확인했다.

24일 벤츠 온라인 카페에는 “벤츠에서 썩은 차를 팔았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차주 A씨는 “출고된 다음날 스피커 부분이 작동하지 않는 걸 발견하고 딜러에게 알렸더니 서비스센터 예약을 잡아줬다”며 “2주 후 센터에서 트렁크 부분을 분해했더니 이 꼴”이라고 했다.

A씨가 올린 사진에는 새 차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차량 내부에 흰색 가루가 가득 달라붙어 있는 모습이 담겼다. 외장앰프는 녹슬어있다.

A씨는 “센터 직원들도 놀라며 제작 당시 문제로 보인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콘트롤박스가 침수된 상태로 오래 부식되어 먹통이고, 배선도 잠겨 전류가 흐르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센터 직원들은 “우리가 봐도 심각하고 차량 어디까지 (물이) 침투했는지 모르니 교환을 권했다”고 A씨는 전했다.

출고받은 지 2주 된 벤츠GLS 내부 상태라며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글. /네이버 카페
출고받은 지 2주 된 벤츠GLS 내부 상태라며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글. /네이버 카페

A씨는 “콘트롤박스 고장이 아니었다면 모르고 탈 뻔했고 시간이 지나서 발견했다면 제가 뒤집어쓸 뻔 했다”고 했다. 문제는 벤츠에 교환요청을 한 뒤였다. 그는 “소문대로 악랄하다”고 했다.

A씨는 보상 문제를 총괄하는 벤츠코리아 이사와 통화했다고 한다. 벤츠 측은 “제조상 문제를 인정해 조용하고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다”면서도 “차량을 등록하고 주행했으니 취‧등록세와 감가상각비를 더해 1500만원을 A씨가 지불하면 교환‧환불을 해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A씨는 “차량 감가와 취‧등록세는 구매자가 부담하는 게 당연한 거고, 1500만원이 그리 큰돈도 아니지 않으냐는 말로 빈정거렸다”며 “구매자에게 뽑기를 잘못한 죗값을 물리는 것 같다”고 했다.

네티즌들은 “취‧등록세는 내가 냈는데 왜 벤츠에서 까고 환불을 한다는 거냐” “어떻게 새 차가 이럴 수 있는지, 내 차도 무서워진다”며 공분했다.

벤츠코리아 측은 25일 조선닷컴에 “서비스센터에서 해당 고객의 차량 스피커 일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며 “당사는 현재 해당 현상이 발생하게 된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량 출고 전 자체 조사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도 했다.

차량 환불에 관한 현행법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벤츠코리아는 “해당 차량은 일명 ‘한국형 레몬법’,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에서 정의한 교환 및 환불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국형 ‘레몬법’은 신차 구매 후 1년 이내 중대하자 2회 이상 또는 일반하자 3회 이상으로 수리를 했으나 하자가 재발한 경우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의 중재를 거쳐 교환 또는 환불받을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이번처럼 처음으로 결함을 파악했다면 먼저 수리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규정 시행 3년이 지나도록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의 중재 판정에 따라 이뤄진 교환은 4건에 불과해 ‘레몬법’ 도입 취지에 맞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벤츠코리아는 “그러나 A씨의 불편을 고려하고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으로 차량 수리 대신 교환 조건을 제안했다”고 했다. 이어 “해당 차량으로 고객분께서 불편 겪으신 상황에 대해 깊이 사과드리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해당 고객분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A씨 차량 사진을 본 전문가는 차량에 물이 들어간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새 차라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사고 나서 차가 침수된 건지, 장마철 노상에 차를 세워놨을 때 웨더스트립이나 고무 불량으로 물이 들어간 건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같은 높이의 차 앞부분을 뜯어봤을 때 녹이 있다면 차 전체가 물에 빠졌다는 뜻이고, 다른 곳은 멀쩡하다면 트렁크 사이로 물이 들어간 것”이라며 “어쨌든 물이 들어간 건 맞으니까 차주로선 황당할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법적으로 한국형 ‘레몬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건 맞는다고 했다. 다만 “침수된 전자부품들이 장기적으로 차량에 지장을 줄 수 있으므로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