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7일 오전 3시(한국 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화상으로 만나 220억달러(약 28조8000억원) 규모의 미국 추가 투자를 약속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절반 넘는 150억달러 정도를 바이든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둔 반도체 R&D(연구·개발) 등 생태계 조성에 쓰고, 나머지는 신사업으로 주목받는 바이오·수소에 투자할 계획이다.
미국 백악관은 26일 오후 “SK그룹은 미국 제조업에 대한 220억달러 규모의 새로운 투자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SK그룹이 이미 투자 발표한 70억달러를 포함하면 미국 투자 규모가 총 290억달러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백악관이 밝힌 SK의 70억달러 투자는 전기차 배터리 계열사인 SK온이 미국 완성차 회사 포드와 합작한 ‘블루오벌SK’를 통해 미국 3곳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한 44억5000만달러 투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백악관이 발표한 SK의 220억달러 신규 투자는 반도체·바이오·수소 산업에 집중된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만나 “2030년까지 미국에 투자할 520억달러 중 절반가량을 전기차 배터리와 수소, 에너지 설루션 등 친환경 분야에 집중해 미국 내 탄소 감축에도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번 바이든 대통령 면담을 통해 더욱 구체화한 것이다. 반도체 분야에는 SK하이닉스가 1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짓기로 한 인공지능(AI)·낸드플래시 연구·개발(R&D)센터를 비롯해, 다양한 반도체 공정 R&D에 상당액을 투자할 전망이다. 애초 최 회장과 바이든 대통령은 대면 면담을 추진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코로나에 확진되면서 백악관에서 화상으로 만나는 형태로 바뀌었다. 이 자리에는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도 배석한다고 백악관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