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글로벌 공급망 위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 등 산업계 안팎에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업들은 이에 맞춰 소프트웨어 기반 AI(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IoT(사물인터넷) 등 디지털 신산업을 육성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장과 산업구조의 빠른 변화는 제조·서비스업 중심으로 발전해온 지역경제에는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수도권 집중이 강화되면서 자금과 인적 자원 측면에서 수도권과 지역 격차는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4년부터 지역 SW(소프트웨어) 산업 육성과 지역 전략 산업 고도화를 위해 ‘SW융합클러스터’ 조성 사업을 추진해왔다. SW융합클러스터는 산학연관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바탕으로 지역 특화 산업에 SW를 융합,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기술개발·사업화·인력양성·혁신네트워크 구축 등 지역 차원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2014년 지역 전략 산업과 SW 융합 생태계 조성을 위해 SW 기업이 많은 지역 거점을 기반으로 SW융합클러스터 1단계 구축 사업에 착수했다. 부산 센텀, 인천 송도, 경기 판교를 시작으로 2015년에는 전북 전주와 경북 포항을 지정했고, 2016년엔 대전 대덕과 광주·전남 나주 지역이 추가됐다.

2019년부터는 지역의 D.N.A(데이터·네트워크·AI) 기반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2단계 사업에 착수했다. 2단계 SW융합클러스터 구축 사업은 기존 연구개발 중심 사업에서 플랫폼 기반 사업화로 방향을 틀어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를 촉진하고, 지역·기업 간 연계 기능을 강화했다. 2019년 부산, 인천, 충남, 울산, 경남을 지정하고 2020년 경북, 전북, 강원, 충북을 추가 지정했다. 올해는 대구·제주 컨소시엄이 추가됐다.

◇스마트 물류 부산, 바이오 정보 인천 등 성과 이어져

SW융합클러스터 사업은 지역별 특화 산업이 근본적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한계를 극복하며 디지털 산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역별 특화산업은 ▲스마트 물류(부산) ▲바이오 정보(인천) ▲융복합 디스플레이(충남) ▲친환경 자율운항 선박(울산) ▲미래형 모빌리티(경북) ▲스마트 농생명(전북) ▲관광테크(강원) ▲지능형 반도체(충북) ▲지식친화형 기계설비(경남) ▲스마트 시티(대구·제주) 등이다. 현재 11개 지역, 10개 클러스터가 지원 대상이다.

SW융합클러스터 사업을 추진하면서 구체적인 성과는 나타나고 있다. 대표 사례인 부산 스마트 물류 클러스터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물동량이 폭증하며 기존 낙후된 물류 인프라의 고도화가 요구됨에 따라 농산물시장, 공동어시장, 배송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98건의 스마트 물류 신서비스 개발과 현장 적용, 사업화를 추진했다. 이 사업을 통해 소규모 스타트업에서 연매출 100억원 기업으로 성장한 ㈜푸드팡이 드론을 활용한 해상 물류 배송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유통 플랫폼, 배송 분야와 같은 생활 물류 분야는 시민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분야로 성장 속도가 특히 가파르다. 사업 기간 부산 지역 물류 기업 수는 48.2% 증가했으며, 물류업 종사자는 7.2%, 매출액은 10.8% 늘었다. 그뿐만 아니라 IT(정보기술), SW 기업은 196% 급증했고, 종사자 수와 매출액은 각각 72.4%, 112.5% 증가하며 지역 경제와 산업 성장에 이바지하고 있다.

인천은 라이프로그 기반 데이터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한 데이터 기반 광고 설루션을 운영 중인 ㈜모토브는 2019년 인천 송도 SW융합클러스터로 이전한 후, 기술개발·사업화·글로벌 진출 연계 프로그램 덕에 매출액 436%, 투자액 322%, 총고용이 108% 증가했다. 아울러 CES 2022에 참가하며 사업 영역을 해외로 확대했다. 이 밖에도 강원 지역은 관광테크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해 지역 내 늘어나는 레저·관광 산업을 위한 안전 확보 설루션과 AI(인공지능), VR(가상현실) 기술을 접목한 관광 서비스 등을 개발, 실제 지역 주민들이 직간접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게 했다.

◇단계별 산업 생태계 조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진화

지금까지 SW융합클러스터가 산업 인프라를 밀집해 클러스터링·거점화 전략으로 생산성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ICT 분야 인프라와 기능을 모은 혁신 거점으로 인재를 끌어들이고, 지역 디지털 신산업 육성과 디지털 전환의 메카로 진화해갈 방침이다.

허원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프트웨어정책관은 “SW융합클러스터 사업을 통해 지역 SW 산업 성장과 융합 기반을 마련하고, 플랫폼 기반 비즈니스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앞으로 SW융합클러스터는 지난 9년간 성과와 기반을 고도화해 지역 기업과 인재가 집적하는 디지털 혁신 거점 조성과 연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 정책관은 이어 “지역의 디지털 혁신 거점이 지역 사업의 체질 개선과 고도화를 선도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