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일행(오른쪽 아래)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번 면담은 당초 대면 면담이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화상으로 전환됐다.(조 바이든 트위터)2022.7.27/뉴스1

미국을 방문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7일 오전 3시(한국 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화상으로 만나 220억달러(약 28조8000억원) 규모의 미국 추가 투자를 약속했다. 앞서 밝힌 7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분야 투자를 포함하면 총 대미투자액은 290억달러(약 38조원)에 달한다.

신규 투자액 220억달러 가운데 절반 이상인 150억달러(약 20조원)는 반도체 분야에 쓰인다. 구체적으로 이 투자금을 활용해 미국의 대학교를 선정해 반도체 연구·개발(R&D) 협력을 하고,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 시설을 새로 설립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개방형 혁신을 지향하는 R&D 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SK그룹은 “반도체 R&D 투자는 단순히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만 그치지 않고 SK하이닉스의 기술력 강화로 이어져 메모리 등 한국 반도체 산업의 본질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패키징의 경우 반도체 공정 가운데 후공정에 해당하는 것으로, 칩이 외부와 전기적으로 연결되는 역할과 동시에 칩을 외부환경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기능도 한다. 아직 미국 내 어디에, 언제 패키징 제조 시설을 지을지는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또 그린수소, 첨단 소형 원자로 등 그린 에너지 분야에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의 신규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이미 SK㈜와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테라파워와 ‘포괄적 사업협력’(MOU)을 체결하고 소형 모듈 원자로(SMR) 기반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 SK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바이오 분야에도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앞서 SK㈜는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의 지주회사로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 SK팜테코를 설립했으며, SK팜테코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인 ‘CBM’에 3억5000만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 SK 미국에 29조 추가 투자...”이번 투자는 미국과 한국이 21세기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고 있음을 보여줘”

이러한 220억달러의 신규 투자계획에 더해 SK그룹이 기존에 발표한 전기차 배터리 분야 70억달러 투자까지 합하면 향후 대미 투자 규모는 300억달러에 달한다는 게 SK의 설명이다.

최 회장은 “한미 양국은 21세기 세계 경제를 주도할 기술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며 “이러한 협력은 핵심 기술과 관련한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SK는 투자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혁신, 일자리 창출 등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것이며, 더불어 미국 행정부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으로 함께 번영할 수 있다는 데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SK그룹이 22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가로 단행할 경우 미국 내 일자리는 2025년 4000개에서 2만개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화상 면담에 앞서 최 회장을 그의 영어이름인 ‘토니(Tony)’라고 부르며 친근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면담 도중 SK의 투자에 관해 “생큐”를 10번이나 말하며 각별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투자는 미국과 한국이 21세기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투자”라고도 했다.

회동 직후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오늘 백악관에서 SK그룹 회장과 만났다”며 창가에서 정원에 있는 최 회장 일행을 향해 손을 흔드는 사진을 올렸다. 이와함께 “SK그룹은 미국에서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데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우리의 공급망에 도움이 되고 일자리를 만들 것이다. 오늘 면담은 화상으로 진행됐지만 나는 멀리서라도 인사할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