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은 올 2분기 영업손실 710억원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연간 1조75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 회사는 올 1분기(4701억원 적자)에 이어 2분기에도 적자를 낸 것이다.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는 28일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5085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한국 조선업 호황을 이끌었던 대우조선해양이 끝이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에 이어 국내 조선업계 2위를 지켜왔던 이 회사는 지난해에는 매출이 삼성중공업에 역전당하면서 3위로 내려앉았다. 여기에 최근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하청지회의 불법 파업 사태까지 터지면서 8100억원이 넘는 매출 손실까지 보게 됐다. 한 대형 조선업체 임원은 “지난 20여 년 동안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은 대우조선해양은 주인 없는 회사에서 볼 수 있는 온갖 부작용이 엉켜 있는 조직 같다”고 말했다.
◇임원들은 무책임, 직원들은 도덕적 해이
대우조선해양은 1998년 대우그룹이 해체된 이후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아왔다. 지금까지 7조원이 넘는 공적 자금이 투입됐지만 누적 손실이 7조7000억원을 넘을 정도로 부실이 쌓여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523.2%로 지난해 말보다 144.1%포인트 올랐다.
조선업계에선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사정이 악화하고 있는 데는 산은 관리 이후 선임된 경영진의 무책임한 태도가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오너가 있는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은 10~20년을 내다보고 투자·채용 계획, 수주 전략을 세운다”면서 “그러나 대우조선해양 임원들은 자신의 임기 3년간의 실적 쌓기에만 급급했다”고 말했다. 조선업 특성상 선박 수주가 실제 매출에 반영되기까지 2년 정도 걸리는데 대우조선해양의 CEO(최고경영자)를 비롯한 임원진은 자신의 임기 안에 내세울 수 있는 수주 실적 쌓기에만 열을 올려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경쟁 업체 대비 더 많은 물량을 수주하기 위해 저가 수주에 집중했고 그 결과는 실적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대우조선해양의 저가 수주로 선박 가격이 내려가면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제값에 수주를 하지 못했고, 한국 조선업 전체가 불황에 빠지는 원인이 됐다고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경영진의 무책임한 태도는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고 있다. 복수의 직원들은 “평일엔 노조 활동을 한다고 업무에서 빠지고, 임금의 1.5배를 주는 주말에 나와서 일하는 직원들도 많다”면서 “몸이 힘든 생산(용접·도장) 업무에서 생산지원직(운송·운반·자재)으로 옮기기 위해 산재 신청을 하거나 업무 지시를 거부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2018년엔 노사가 이면 합의를 통해 한 달 치 월급을 더 가져가기도 했다.
◇최대 주주 산업은행 책임론도 제기
대우조선해양 최대 주주(지분 55.7%)인 산은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산은은 20여 년간 대우조선해양에 경영관리단을 설치해 임원 인사부터 재무·회계를 포함한 회사 경영 전반에 관여해 왔지만 경영 정상화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인사 실패다. 산은은 그동안 퇴직 임원들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비롯한 요직에 낙하산 임원으로 기용해 비판을 받았다. 지난 3월 대표이사에 선임된 박두선 사장을 놓고도 알박기 인사 논란도 일었다. 올해 초 금융위원회가 두 차례나 사장 인사 자제를 요청했지만 산은은 문재인 전 대통령 동생의 대학 친구인 박 사장 선임을 강행했다. 민영화 기회도 살리지 못했다. 2008년 한화가 노조의 반대로 기업 실사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산은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고 이후 한화의 대금 분할 납부 요청도 거절하면서 매각은 무산됐다. 산은은 2019년에는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하는 절차를 추진했지만 지난 1월 유럽연합(EU)이 LNG(액화천연가스)선 독과점 우려로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으면서 매각이 또다시 무산됐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산은이 그동안 시간을 질질 끌면서 문제를 키운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면서 “리스크가 큰 대우조선해양을 선뜻 인수하려는 기업을 찾기 힘들 가능성이 높아 대우조선이 상당 기간 이 상태로 표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