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 원곡동의 한 휴대폰 판매점. 중국어를 비롯한 다양한 국적의 언어가 적혀 있다. /장련성 기자

지난 1일 오후 경기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마을특구 거리는 평일 낮인데도 활기가 넘쳤다. 옷 가게나 잡화점에선 태국어, 베트남어로 호객 행위가 이어졌고, 휴대폰 대리점들마다 손님들로 북적였다. 외국어 간판을 단 가게들엔 외국어로 쓴 구인 광고, 신용카드·중고차 홍보 전단지가 붙어있었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안산 다른 지역은 공실률이 20~30%씩 되지만 특구엔 공실이라곤 없다”고 했다.

원곡동의 외국인 수는 지난 5월 말 기준 2만6021명. 전체 인구의 81.1%나 된다. 주 소비자가 외국인이다 보니 지역 상가는 이들을 위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 지점들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직원을 두고, 평일 공단서 늦게까지 일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주말에 문을 열기도 한다. 가게 주인이 외국인인 경우도 적잖다. 통신사 대리점주 김상태(61)씨는 “특구 내 60여 통신대리점 대부분에 외국인 직원이 있고 50% 정도는 사장도 외국인”이라고 했다.

안희성 안산시 다문화특구지원팀장은 “내국인은 계속 줄지만 전국의 외국인들이 ‘불금’과 주말을 즐기러 이곳에 온다”며 “연인원 최대 500만명이 이곳에서 돈을 쓰니 엄청난 시장이 생겨났다”고 했다.

원곡동은 200만명을 넘어선 국내 체류 외국인들이 강력한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0만명은 단일 도시로 치면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다음의 규모다. 외국인들은 인구가 감소하는 농촌과 서울 근교 지역 상권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