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에 있는 기술 스타트업 A사는 최근 5개월짜리 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외국인 개발자 고용을 알아보다가 포기했다. 개발자·디자이너 같은 전문적 지식을 가진 외국인은 E7 비자를 받아 취업하는데, 근로 기간이 1년 이하라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의 80%(약 3200만원)를 연봉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A사 대표는 “일손이 부족할 때 외국인 개발자나 디자이너를 파트타임 식으로 고용하고 싶어도 비자 규정 때문에 망설여진다”고 했다.
정부가 외국인 전문 인력 채용 확대를 위해 최저 연봉 기준을 기존보다 800만원가량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3일 법무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관련 지침을 개정해 E7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행 국민총소득의 80%에서 60~70%로 완화하는 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했다. E7 발급 연봉 조건을 국민총소득의 60%(약 2400만원)까지 낮추면, 시간당 8720원인 현재 최저임금을 연봉으로 환산한 것(약 2300만원)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 된다.
정부의 추진안대로 비자 발급 지침이 개정되면, 스타트업의 외국인 인력 채용뿐 아니라 만성 인력난에 시달리는 지방 중소 제조업체의 외국인 기술자 채용도 수월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에 취업하는 외국인이 받는 비자는 E7뿐 아니라 비전문취업(E9), 재외동포(F4) 등이 있다. E9, F4 비자로 취업한 외국인은 주로 중소기업 생산직이나 식당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들은 해외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비자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테크 기업에 입사한 외국 국적 직원에겐 전문직 취업 비자인 ‘H1B’ 비자가 발급된다. 이 비자로 취업한 외국인들은 미국에서 일하며 영주권을 취득해 눌러앉는 경우가 많아 실리콘밸리 우수 인재 확보에 필수 요소로 꼽힌다. 2020년 당시 트럼프 미 대통령이 H1B 비자 발급을 제한하려 하자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팀 쿡 애플 CEO 등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