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한 지 3일 만에 엔진 시동에 문제가 발생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차량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지난 5월 벤츠코리아를 상대로 교환 결정을 내렸다. 차주는 3개월이 지났으나 아직 새 차를 받지 못하고 있다. 벤츠코리아 측이 교환 조건으로 1000만원 상당을 더 부담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벤츠코리아 측은 차주가 신차를 원했기 때문에 이에 따른 가격 상승분을 요구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4일 조선닷컴의 취재를 종합하면 차주 A씨는 지난해 7월 22일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580 4매틱’ 차량을 인도받았다. 벤츠의 플래그십 세단에서도 최상 모델로, 기본 출시 가격만 2억6060만원이었다. A씨는 당시 취·등록세를 포함해 2억7200만원을 냈다.
A씨는 3일 만에 엔진 시동 결함으로 차량을 수리 센터에 보내야 했다. 그해 8월 4일 수리가 완료됐다는 통보를 받은 A씨는 차를 받아 운행하던 중 같은 달 12일 똑같은 결함으로 재차 센터에 차량을 입고했다. 이후 벤츠 측은 지난해 11월 2일 수리가 완료됐다고 알려왔지만 A씨는 인수를 거부하고 국토부 산하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중재심의위)에 새 차로 교환해 달라는 신청을 냈다.
‘한국형 레몬법’, 자동차관리법에서는 신차 구매 후 1년 이내 중대한 하자가 발생해 1회 이상 수리한 경우 누적 수리기간이 총 30일을 초과한 자동차는 교환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다.
A씨 측은 중재심의위에 자동차 수리기간이 최소 90일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반면 벤츠 측은 반도체 부품 수급이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수리 일수에서 50일은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양측은 치열하게 다퉜다.
중재심의위는 “벤츠코리아의 주장을 받아들여도 자동차 누적 수리기간이 최소 30일을 초과하는 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또 “엔진의 시동불능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라는 점에서 자동차 하자에 대한 수리가 완료됐다고도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중재심의위는 5월 3일 “벤츠코리아는 A씨에게 자동차를 교환하라”고 결정했다. 6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었다. ‘한국형 레몬법’ 규정이 시행된 3년 6개월 동안 교환 판정이 나온 건 불과 4건밖에 없다. A씨가 그 하나였다.
A씨는 4일 조선닷컴에 “다 해결된 줄 알았지만 여전히 차량은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중재심의위 다툼이 길어지면서 해를 넘긴 게 문제였다. A씨는 “2022년식으로 차량 연식 변경이 이뤄졌으니 벤츠코리아 측은 추가 옵션비 148만원, 차량 가격 인상분 942만원을 더해 1090만원을 더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잘못해서 고장 난 것도 아니고, 1년 중 차를 탄 건 14일에 불과하다”며 “벤츠 쪽에서 대형 로펌을 선임해 시시비비를 다투면서 중재심의위 과정이 길어졌기에 돈을 더 못 내겠다고 했더니 배정된 차를 다른 사람에게 줘버렸다”고 했다.
벤츠 측은 A씨의 요청에 따라 신차 교환과 옵션을 추가하게 된 것이며 따로 더 내야 하는 금액은 없다고 설명했다. 벤츠 관계자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최근 입항된 2022년식 차량을 배정해 교환을 진행했고, 해당 차량에는 고객이 추가 선택한 옵션 등을 포함해 최초 구매했던 차량보다 약 1000만원의 차액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고객은 두 차량의 선택 사양 등의 차이로 발생되는 차액 외에는 판매사에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없다”고 밝혔다. 또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S클래스 대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벤츠 측은 “당사는 중재심의위 판정을 존중하며 절차를 준수해 고객의 차량을 교환하는 절차를 조속히 진행 중에 있다”며 “고객의 권리 구제를 강화하려는 레몬법 시행에 적극 협조해 왔으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고객 편의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A씨의 중재심의위 교환 판정을 이끌어 낸 하종선 변호사(법률사무소 나루)는 “민법의 완전물 급부청구권에 따라 신차 교환에 따른 추가비를 요구하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독일에서도 하자가 있는 차량을 교환할 때는 돈을 더 받지 말라는 판결이 나왔다”고 말했다. 완전물 급부청구권이란 계약을 해제하는 대신 하자 없는 물건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하 변호사는 “게다가 A씨가 먼저 추가 옵션을 요구했다는 것도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회사 측에서 차량 연식 변경에 따른 기본 추가 옵션이라며 성능 향상 비용을 요구했다”고 반박했다.